비눗방울 속에는/ 내 마음 들어있고/ 내 마음은 두둥실/ 비눗방울 따라가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갈대 성이 보이고/ 비눗방울 터지면/ 내 마음 허전하네.
한글을 깨치고 글로써 제가 본 풍경이나 떠오른 생각을 붙잡아 둘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해 아홉 살쯤엔가 처음으로 써본 시입니다. 30년이나 지났지만 이제껏 그 시를 외울 수 있었던 건 짧기도 짧아서였겠지만 무언가를 글로 써서 간직하는 일이 스스로에게 대견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 순수한 즐거움을 참 오래도록 잊고 지내왔습니다. 어린 시절의 비눗방울 놀이만큼도 제 가슴을 울리고 흔드는 것이 없다고 변명하며 지내왔습니다. 혹은 성급하고 경직된 언어들로 채 익지 않은 상념들을 붙잡으려 헛된 노력을 하기도 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바람처럼, 공기처럼 제 마음에서 떠오르는 비눗방울들이 그저 흘러가도록, 그러다 마침내는 터져버린 비눗방울마저도 가만히 감싸 안을 수 있는 언어가 제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그저 지그시 바라보고자, 찬찬히 응시하고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품어보고자 하는 노력이 지금 제겐 소중한 일이 되겠구나 하는 깨달음이라 해도 좋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수상소식이 나이 드신 부모님께 새삼스런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무엇보다 감사합니다. 늘 곁에서 보살펴 주시는 시부모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글이란 걸 쓸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곁에서 좋은 책을 권하기도 하고 때론 쓴 소리도 마다않는 남편의 도움도 컸습니다.
중학교 시절 제 보잘 것 없는 감수성을 인정하고 북돋아 주셨던 차용문 선생님, 그리고 새로이 글쓰기의 즐거움을 일깨워주신 박인기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글을 뽑아 주신 최시한 교수님, 배봉기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