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사립학교에 다니던 자녀들을 공립학교로 전학시키거나 처음부터 공립학교로 취학시키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시카고 교외 에반스톤시의 문화담당 코디네이터인 안젤라 앨린. 사진가인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그녀는 경기침체로 가계 수입이 압박을 받자 최근 사립학교에 다니던 세자녀들을 공립학교로 전학시켰다. 현재 고교 2년생인 큰딸 마야가 마치 대학을 방불케할 정도로 학생이 많은 공립학교에 다니는데 불만을 표시하지만 연간 학비로 2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어 꾹 참고 지내고 있다.
대신 학교를 방문해 교사들에게 학교 시설의 개선 등을 건의하고, 무사안일에 젖어있는 교육위원회 관계자들과 싸우며 학습여건 개선을 위한 `투쟁'도 불사하고 있다.
미 연방 교육부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09년 사이에 공립학교 등록자는 약 50만명 증가해 1%의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사립학교 등록자는 14만6천명이 줄어 2.5%의 감소율을 보인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도 사립학교 등록자는 2만8천여명이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공립학교 등록자는 24만6천여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육부는 특히 현재 580만명의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미국내 사립학교들이 올 가을학기에는 지난 2006년 등록자와 비교해 17만4천여명(약 3%) 감소하는 반면, 현재 5천만명의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공립학교들은 등록자가 73만5천여명(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공립학교 등록자가 증가하면서 각급 학교현장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 우선 공립학교들은 예산 부족으로 교사들을 대거 해고하는 경우도 많지만 등록 학생수가 증가하면서 등록학생수를 토대로 배정되는 예산증가 혜택을 받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자녀들을 공립으로 전학시킨 중산층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면서 공립학교의 문화도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뉴욕대 교육학과의 페드로 노구에라 교수는 "대학교육을 받은 중산층 학부모들이 비록 자녀를 공립학교로 전학시켰지만 2류 교육여건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으려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에 따라 학교 자원봉사나 학교발전을 위한 기금조성 등에 적극 나서는 등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학생들이 감소하고 있는 사립학교들은 자세를 낮추고 보다 적극적으로 예비 학부모들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강화하는 등 고객지향의 변화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유에스에이(USA) 투데이'가 6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