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유학이민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에도 약 1만명이 한국을 빠져나갔다. 실질적인 이민명목들이야 이민자의 사정에 따라 다를 것이 분명하지만, 이민의 이유로 자녀교육을 위한 교육이민으로 내세우고 있어, 이를 대하는 교육행정 당사자들로서는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 우리나라 학교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 이민자들이 교육이민을 택한다는 말에 강한 설득력을 갖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 학교교육의 질이 그리 신뢰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십 수년간 영어를 배웠어도 외국에 나가서 까막눈하기 꼭 알맞으며, 전교에서 1,2등을 하지 못하면 유명대학입학에로의 꿈은 아예 꿔보지도 말아야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자녀가 학급에서 왕따당하기 십상인 곳도 바로 우리학교교실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학교현장에서 폭력으로 시달리는 학생들이 년간 15만여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역시 학부모들에게 겁주기 충분하다. 게다가 교육이민하고는 성격이 다르지만, 조기유학생들도 년간 1만명 선에 이르고 있어, 자기 자녀들만 처지게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바심을 갖게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나라 사회경제현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해외이민 정책을 체계화해야한다. 이민은 그 무슨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잘못된 일도 아니며, 제대로만 하면 우리의 어려운 숨통을 터 줄수 있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인구를 어림잡아 5천만명으로 보았을 때, 오히려 한 20∼30%정도가 해외이민을 나가도록 권장해야 할 일이다. 우리의 국토면적에 비해 너무 오밀조밀한 인구밀도로 봐서도 그렇고, 지금 우리 국민이 겪는 고통을 보다 다른 시각으로 완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실상은 그렇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민에게 삶다운 삶의 질을 높혀주려면 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외이민 정책에 내실을 기해야 한다. 이민정책이 제대로 실천되면, 우리 스스로 편하게 부르는 단일민족의 순수성에 대한 환상도 버리게되고, 한민족 특유의 인종편견도 지금처럼 그렇게 모나지는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이민자가 늘어난다면 그것은 국가 경쟁력을 길러주는 또 다른 대안일 수도 있다. 중국은 원래 그렇지만, 남미에서 일본계 남미인들이 상당할 정도로 경제적이거나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도 모두가 일본의 초기이민 정책이 거둔 결실들이다.
물론 교육이민에 대해 교육당국으로서 속이 편하지는 않겠지만, 정부 스스로 교육이민을 택하는 가정이 늘어난다고 해서 안절부절할 일이 아니다. 어차피 이민을 떠나야 하겠다고 결정했다면, 그들의 교육이민을 적극적으로 장려해 주어야한다. 오히려 교육이민으로 그들의 이민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쳐 주어야한다. 정부는 교육이민이 장려된다고 해서, 엄청난 두뇌유출이 생길 것이라고 지레 염려할 필요도 없다. 국부의 유출이 심해 질것이라고 엄포를 놓을 일도 아니다. 그들이 이민을 결심한 현실적인 이유가 그 어떠했던 간에, 자녀교육의 성공여부에 이민의 승부수를 걸도록 이민자 교육부터 체계화해야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선 교육이민을 택하는 이민가정들은 어느 나라가 자녀교육을 위해 적합한 나라인지부터 제대로 찾게해 주어야한다. 굳이 북미권의 나라를 택했다고 하더라도 어느 도시로 정착해야 할 것인지와 같은 일을 꼼꼼히 살펴보도록 해야한다. 한국에서의 생활과는 달리,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즐기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에 일차적인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런 정보가 필요하다. 미국이나 카나다 같은 나라에서의 이민생활처럼 명(明)과 암(暗)이 아주 짙게 엇갈리는 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자칫 한눈팔다가는 자녀교육 망치기 십상인 나라가 바로 이들 나라이다. 이들 나라에서 약물 오남용과 사회부적응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학생들 중 다수가 바로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이라는 점에 한번 더 주목해 둘 필요가 있다.
오죽해서 택하는 이민, 이민생활에서 자녀의 이민적응교육이 성공하면 이민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정부는 이민적응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현지적응준비 교육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민가정을 위해 재정적인 지원마저도 아끼지 말아야한다. 물론, 건전한 의미에서 교육이민의 정당성을 정부가 찾는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교육이민을 결심하게 만들어 놓는 지금과 같은 우리의 탈 교육적인 교육현실만큼은 철저하게 바로잡아야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교육현실은 누가 보아도 실패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한준상 (연세대 교수, 교육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