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명문 사립대 중 하나인 하버드대가 인문 교양 과정 등에서 종교 과목을 가르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해 종교를 너무 경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신호에서 전했다.
종교가 개인적으로 신앙을 갖고 있느냐 여부를 떠나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사회의 지도층 인사를 많이 배출해 온 아이비리그의 하버드대 같은 대학이 학생들에게 종교학을 가르치는 데 소홀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14일 이 잡지에 따르면 하버드대 교수진은 종교를 누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고 경제나 생물, 문학 등 다른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하버드대는 2006년 커리큘럼 개정 과정에서 종교학 강좌의 비중을 놓고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루이스 미난드 영문학 교수 등 커리큘럼 개정팀은 당시 학부생들이 종교 관련 강좌를 최소 1개 이상 이수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다른 교수진의 반대로 표결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무산됐다.
종교학 강좌를 필수 과목으로 정하는 데 반대한 스티븐 핀커 심리학 교수 등은 하버드대 교육의 주된 목표가 이성적 물음을 통한 진리의 추구에 있다며 종교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가 1636년 창립 당시 기독교 목사들을 위한 교육 기관으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하버드대의 학과목으로서 종교에 대한 혐오적 태도는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고 뉴스위크는 지적했다. '진리'(VERI TAS)라는 모토가 하버드에서 공식 채택된 것은 1843년의 일이다.
하버드대에서 독립적인 종교학과는 없으며 종교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들은 인류학과에 소속돼 있다. 다이애나 에크 종교학 교수는 "종교 과목이 2류로 취급됨에 따라 최고의 자질과 능력을 가진 교수진을 영입하고 똑똑한 학생들을 전공자로 유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지난해 하버드 학부생 중 종교를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은 33명이었다. 경제학 704명, 정치학 408명, 역사 217명, 고전 45명 등과는 대조적이다.
하버드대 엘리트 교수 중 3분의1 가량은 종교가 없다. 미국내 종교 인구 비율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로 하버드대의 종교에 대한 경시적 태도를 일순 이해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게 뉴스위크의 평가다.
미국 천주교 분야의 석학으로 하버드대에서 7년간 재직했다 2007년 노스웨스턴대학으로 옮긴 로버트 오시는 "종교는 매우 중요하고 인류 역사에서 흥미로운 부분"이라며 "중소 대학이나 주립대 등은 종교를 거의 전부 가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