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잘 안되면 제가 몰매를 맞겠죠. 그러나 공립 대안학교가 문을 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성공'이라고 봐야죠"
18일 여태전(49) 태봉고 초대교장은 경기도 대명고에 이어 전국 두 번째면서 경남 최초로 내달 문을 여는 공립 대안학교인 태봉고(경남 마산시 진동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대명고가 통학형 공립 대안학교라면 태봉고는 신입생 45명이 전부 기숙사 생활을 하는 만큼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로는 전국에서 첫 사례인 셈이다.
지난해 특별·일반전형을 통해 뽑은 태봉고의 첫 신입생 숫자는 모두 45명.
중도탈락 학생과 부적응학생 등 소위 '문제아'로 찍힌 아이들도 있는 반면, 성적이 우수한데도 현 교육과정에 회의를 갖던 학생들도 공립 대안학교가 생긴다니 문을 두드린 사례가 꽤 많아 경쟁률이 2.2대 1을 기록했다.
대안학교는 필수·선택형 교과는 최소단위만 이수하고 나머지 교육과정은 학교철학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태봉고의 교육과정 역시, 여태전 교장의 교육비전인 '학교를 넘어선 학교'가 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 가운데 43%가 체험과 나눔(봉사) 활동일 정도로 일반학교와는 다르게 운영된다.
여 교장은 태봉고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에 참여했다 내친김에 교장공모제를 통해 초대교장에 임용되면서 앞으로 4년간 공립 대안교육의 틀을 세워야 하는 무거운 임무를 맡게 됐다.
그는 교직경력 22년 가운데 절반가량을 대안교육 연구에 쏟은 이 분야의 전문가다.
"1988년 초임 때 첫 발령지가 울산과 부산 변두리에 있던 여상이었는데 아침부터 욕설이 난무하는 정문지도 때문에 주눅이 들고 종일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힘들어하던 학생들을 보면서 '학교가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졌죠."
일반학교에 근무하는 틈틈이 1997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대안학교인 산청 간디학교에 드나들면서 대안교육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혔고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간디학교 교감을 지냈다.
다음 달이면 태봉고가 개교하지만 학교가 설립되기까지 "공립에서 대안학교가 되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힘든(?) 아이들을 데리고 있다는 명분을 앞세운 공립 대안학교가 '아이들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교사승진을 위한 정거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치부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교육감의 공약이기도 했고 교육청에도 공립 대안학교 필요성을 절감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찬반논란이 2년이나 끌고 나서야 학교설립이 확정됐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전국적으로 인가·미인가를 포함해 대안학교가 130여곳쯤 생겼는데 그만큼 현 교육체제에 만족하지 않거나 새 교육과정을 원하는 학생과 부모가 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사립학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공립에서도 대안교육을 떠안을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외국사례를 보더라도 대안교육은 초창기 몇몇 학부모가 사비를 털어서 시작한 교육운동 차원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교육이 떠안아서 양적, 질적으로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사와 학생들이 협동학습을 통해 교실수업을 재구조화하는 '배움의 공동체 원리'와 대학교수 를 비롯한 학교 밖의 전문가 집단을 '길잡이 교사'(멘토)로 확보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인턴십을 통한 학습'을 태봉고를 통해 구현해 나갈 예정이다.
그는 "태봉고가 개성 있고 창의적인 아이들을 배출하는 성공적 모델로 자리 잡아 더 많은 공립 대안학교가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