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이현중학교는 올해 졸업생의 10% 42명이 자사고와 특목고에 진학하면서 주변으로부터 부러운 시선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학교 구성원들은 고교 진학실적에 뒤에 숨어 있는 '생각하는 벌'이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에 관심을 쏟고 있다.
2007년 처음 도입한 이 프로그램은 학칙이나 에티켓을 어긴 학생들에게 체벌 대신 행동교정을 유도하는 글을 쓰도록 하는 것이다.
방과 후에도 학원수강이나 과외, 예체능 레슨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학생들이 바른 인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글쓰기와 생활지도를 연계해 보자는 의도였다.
프로그램의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학생들은 대화를 통해 드러내지 못했던 부분들을 마치 고해성사하듯이 자연스럽게 드러냈고 교사들도 이런 학생들에게 위로와 격려, 나아가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었다고 한다.
올해 자사고에 진학한 우등생도 지난해 봄 교직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예외 없이 교육대상에 올랐다.
"솔직히 처음에는 '생각하는 벌'을 시키시고 제출시간을 정확히 요구하시는 교장선생님이 많이 미웠습니다. 제 잘못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원망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교육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는 이 학생의 글은 교장을 감동시켰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주제도 '나는 누구인가?'부터 '내가 ○○가 된다면', '아름다움에 대하여', '사랑은 왜 해야 하는가?',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방법', '선생님과의 대화를 끝내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박귀준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은 결과위주의 교육적 성과에 치우쳐 있고 정서적인 글을 읽거나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배양할 기회가 적은 것이 현실"이라며 "우수한 학업성과에는 '생각하는 벌' 프로그램을 통한 기본생활습관 교육, 체벌 없는 학교 분위기가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