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중순 호주 퀸즈랜드 주 브리즈번의 한 학교에서 어린 학생들이 말다툼을 벌이다 한 학생(12세)이 동급생이 휘두른 칼에 찔려 숨진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재학생 수가 1천 명이 넘는 가톨릭계 학교에서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 10대 초반 재학생의 학내 칼부림 사망 사건으로 호주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첫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인 오전 8시 15분경, 화장실에서 두 학생의 다툼이 시작되었고 가해학생이 길이 20㎝ 생선회칼을 꺼내 상대방의 가슴과 목 등을 마구 찔렀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동급생을 찌른 학생은 평소 놀림과 괴롭힘, 왕따를 당해오던 중 사건이 난 날도 수모를 당하자 미리 준비해 간 칼로 보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학생은 자신의 목 등에도 자해를 한 후 피를 흘리며 운동장으로 달아났다가 학교로부터 두 블록이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음날 시드니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11살 어린이가 같은 반 친구를 부엌용 식칼로 위협하던 중 교사가 달려들어 칼을 빼앗아 더 큰 불상사는 가까스로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초등학생인 10대 어린이들의 연쇄 칼부림 사태로 두 학교 뿐 아니라 어린 자녀를 가진 모든 학부모들은 말을 잃고 황망한 상태에 빠졌다. 학교도 자녀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가 없다면 아이들을 어디에 맡겨야 하느냐는 한탄인 것이다.
갈수록 포악해지는 청소년들에게 사회질서나 기초 윤리 교육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에 기성세대로서의 자괴감과 무력감도 그 어느 때보다 깊다.
사건이 터진 후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교실로 들어갈 때까지 지켜보며 등교 시간 안전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지만 온종일 학교에 남아 자녀들을 지키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기에 불안한 마음만 가중된다는 호소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호주의 학내 폭력 수위는 90년대 이후 급증, 지난 5년간 10~17세 청소년 칼부림 행위가 특히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드니가 있는 뉴사우스 웨일즈 주만 해도 2008년 6500건의 정학처분이 내려진 가운데 칼 등 흉기를 소지해 정학처분을 당한 학생이 400명 수준, 또 흉기 위협으로도 204명이 정학을 당했다.
이처럼 ‘무서운 10대들’의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폭력성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와중에, 연이어 남부호주의 한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학생들의 최다 공유 인터넷 사이트에 교사들에 대한 위협적적 문구를 게재하여 또 한 번 사회를 놀라게 했다.
선생님들을 증오하는 사람 2백만명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으면 전기톱으로 학살시킬 수 있고, 학교도 폐쇄된다는 내용의 섬뜩한 글들이 올라와 있는가 하면, 졸업생 중 한명은 교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변태성욕자'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호주 교육부는 이같이 인터넷 상으로 교사들에게 언어폭력을 행하는 학생들을 저지하기 위해 사이트 관리 명목으로 3백만불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지만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호주 언론들은 “고등학교의 교사 부족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는 뉴 사우스 웨일즈 주에만도 1840명 이상의 정교사가 부족하며 이 중 288명의 일반교사와 133명의 지도교사 등 총 421개 공석을 메우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현재 교사 1인당 평균 한반 25명 씩 5개 반을 지도하고 있으며 주임교사는 최소 3개 반을 이끌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 교사의 태부족으로 5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수업과 학내 지도에 지장을 받고 있지만 교육부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고3생들은 대학입학 시험을 앞두고도 수학 교사가 없어 인터넷 등으로 자습을 하는 등 총 52개 교에서 정상적인 수학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전례 없는 교사부족현상을 낳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교직을 기피하는 교사들,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은 한결같이 “요즘처럼 교권이 무너진 상황에서 거칠고 안하무인인 학생들을 지도하기엔 역부족이며 심지어 나 자신의 안전도 보장하기 어렵다”며 한탄한다. 오죽하면 선생을 그만두고 소방대원이 되고나서 오히려 신변의 안전을 느끼게 되었다는 한 전직 교사의 고백조차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