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5 (월)

  • 흐림동두천 12.6℃
  • 구름많음강릉 8.9℃
  • 흐림서울 13.1℃
  • 흐림대전 13.0℃
  • 흐림대구 11.2℃
  • 구름많음울산 11.1℃
  • 흐림광주 14.0℃
  • 구름많음부산 13.8℃
  • 흐림고창 13.6℃
  • 제주 15.0℃
  • 흐림강화 13.3℃
  • 흐림보은 12.1℃
  • 흐림금산 12.3℃
  • 흐림강진군 14.5℃
  • 구름많음경주시 7.6℃
  • 흐림거제 14.3℃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현장

자율고 비리는 허술한 제도와 도덕불감증 때문

합격자 250명 처리 문제 놓고 진통 겪을 듯

올해 서울시내 자율형사립고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서 무자격 학생 250명 가량이 교장추천서로 입학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할 전망이다.

이들은 학교장 판단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이 중산층 또는 고소득 전문직 자녀인 것으로 알려져 합격자 처리 문제를 놓고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자율고와 관련한 초유의 입시부정 사태는 모호한 규정과 부정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학생을 확보하려는 학교의 '도덕불감증'이 겹쳐 빚어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 허점 드러낸 교장추천전형 = 자율고 부정·편법 입학 사태의 1차적인 원인은 교육당국이 애초 사회적배려대상자의 명확한 자격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점이다.

교육당국은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대상자로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과 차차상위계층 자녀로 규정하고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학교장이 추천한 학생'이라는 예외적 규정을 뒀다.

'예외적 규정'에 해당하는 학생에게는 어떤 증빙서류도 요구하지 않도록 한 것이 사태의 불씨가 됐다.

서울에서 자율고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지원이 가능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은 차차상위계층을 빼면 약 10% 남짓한 것으로 전해져, 자율고 모집정원(20%)을 무리하게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12월 서울지역 13개 자율고 원서모집 결과, 일반전형은 경쟁률이 최고 10대 1을 기록했지만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은 8개 학교가 미달사태를 겪었고 추가모집을 거쳐서도 4개 학교는 정원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 학교 '도덕불감증'이 주범 =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편법과 불법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학생만 확보하면 된다는 자율고들의 도덕불감증에 있다.

일부 자율고는 사회적배려대상자 모집 때 우수 학생을 유치하고자 편법을 동원한 사실이 학부모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외고, 과학고 불합격자가 지원할 수 있다' 내용의 공문을 중학교에 배포했고, 실제 집안 형편이 좋고 외고, 과학고 등에서 떨어진 우수 학생의 상당수가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을 통해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들이 학생 확보에 혈안이 됐던 것은 사회적배려대상자 1명당 학비 명목으로 연간 450만원 정도를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사회적배려대상자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무분별하게 추천서를 내준 일선 중학교도 일종의 공범이다.

목동에 산다는 한 학부모는 "주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20억원 짜리 아파트에 사는 집 자녀가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 합격하는 등 부정적인 방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지원해 합격한 학생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는 "담임선생이 직접 전화를 걸어 `문제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괜찮다고 하는데 우리가 믿지 않을 도리가 있겠느냐"며 중학교측의 모럴해저드를 꼬집었다.

더욱이 시교육청이 건강보험료 납부 내역을 기준으로 무자격 합격생들의 교장추천서 취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일선 학교에 지시했다는 소문도 있어 '억울한'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 부정·편법 합격자 처리 여부는 = 교육당국은 26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의 경위와 부정 합격자 처리 여부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부정입학에 연루된 학교와 학부모 모두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정부가 좋은 의도로 만들어 놓은 제도를 악용한 교장과 책임자를 엄중 조치하겠다"면서 학부모도 악용했으면 고발하고 부적격하게 입학한 학생은 다른 학교로 전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학생의 '이동조치'가 불가피함을 예고한 것.

그러나 '선의의 피해자'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교과부도 시교육청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격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학교와 결탁해 부정입학한 학생도 있겠지만, 오히려 학교의 유혹에 넘어가 원치않은 부정·편법입학을 한 사례도 적지않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략적인 결과는 나왔지만, 학생들의 처리 여부는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라고 토로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