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학력향상 중점학교로 지정됐을 땐 교사들 모두 창피해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그때 받은 자극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습니다."
3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개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전국 12개 우수학교에 포함된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초등학교(교장 안정일)의 성적향상 비결은 '교사의 열정'이었다.
12학급 전교생 320명인 토평초교는 주로 6학급 미만인 다른 '학력향상 중점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학교.
이 때문에 처음 치러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6학년 학생의 11.1%가 기초학력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7월 도교육청으로부터 학력향상 중점학교로 지정받자 교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전형적인 도시형 농촌학교인 토평초교는 학생들이 학원에 가려면 10㎞ 이상 떨어진 서귀포 시내까지 나가야 하기 때문에 사교육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한 교사들은 우선 진단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부진 요인을 찾아냈다.
이를 토대로 매 수업이 끝나면 학습목표에 도달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형성평가문항'과 기초학력이 뒤처지는 학생들을 위한 '기초학습지도' 교재를 자체 개발했다.
또 담임교사와 교원 자격증을 가진 학습보조 인턴교사 3명이 정규수업시간은 물론이고 방과후, 주말, 방학 때도 학교에 나와 학생들을 지도했다.
학부모와 동네 연합청년회 등의 협조를 얻어 매주 토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학교도서관과 영어 체험실을 개방, 독서논술과 영어회화를 가르쳤고 원하는 학생들은 누구나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개인별 목표점수를 설정, 이에 도달하면 상장과 사진을 '명예의 전당'에 올리고 배지를 수여하는 등 동기부여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시행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63명 응시자(6학년) 가운데 기초학력에 미달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의 안정일 교장은 "학교가 달라졌다는 학부모들의 칭찬과 함께 웃음이 늘어난 학생들의 얼굴에서 새롭게 변하는 학교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정열 교감은 "2월에 진단평가를 실시해 학생별 학업능력과 성향, 태도 등을 '학습이력카드'로 만들어 새 학년 담임 선생님들에게 전달했다"며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지도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