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학률이 20년 만에 하락하고 여자 진학률이 처음으로 남자를 앞지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상 첫 성별 진학률 역전은 대입에도 여풍(女風)이 세진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되지만 진학률이 꺾인 것을 놓고는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구, 경제상황, 가치관, 조기유학, 대학입학정원 등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이뤄져야만 설득력 있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아직은 관측만 무성한 상황이다.
◇대학진학률 20년만에 감소…女風은 거세졌다 대학 진학률은 해당 연도 고교(일반계+전문계) 졸업생 가운데 대학(전문대 포함)에 진학한 비율을 말한다. 재수생은 포함되지 않는다.
7일 통계청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보를 토대로 작성한 대학 진학률은 2009년 81.9%로 전년(83.8%)보다 1.9%포인트 줄었다. 진학률이 하락한 것은 1990년(33.2%)에 전년(35.2%)보다 2.0%포인트 하락한 이후 처음이다.
진학률 추이를 보면 1980년대를 거쳐 1990년대 초반까지 30%대에 머물다가 1994년 한 해만 40%대, 1995~1996년 2년간 50%대, 1997~2000년 4년간 60%대, 2001~2003년 3년간 70%대에 이어 2004년부터 80%대로 올라섰다.
이에 비춰 급격한 기울기로 오르막 곡선을 그리던 진학률은 80%대에 진입한 2004년부터 주춤하는 형국이다. 2004년 81.3%에 이어 2005~2006년에는 82.1%로 제자리걸음을 하는가 하면 2007년 82.8%, 2008년 83.8% 등으로 상승속도가 급둔화됐다.
특히 지난해 진학률은 꺾이는데 그치지 않고 2004년 이후 5년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여학생 진학률이 남학생을 처음 추월한 것도 눈에 띈다.
성별 진학률 차이는 들쭉날쭉한 편이었지만 과거에는 남학생이 늘 높았다. 특히 1999~2001년에는 남학생이 5%포인트대까지 높았다. 2003년 이후 간극이 매년 줄다가 지난해에 결국 여학생이 남학생을 처음으로 앞지른 것이다. 이는 각종 국가고시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부는 여풍의 연장 선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진학률 왜 하락했나…관측 '무성'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간한 국가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133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진학률이 종전 3위에서 1위로 올라설 정도였다.
이런 진학률 하락의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먼저 지난해 혹독했던 경기침체에 따른 경제적 이유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식지 않는 교육열을 감안할 때 반드시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 박재민 유초중등통계팀장은 "경제적 이유 등 꼭 어떤 것 하나를 원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하락 이유를 제대로 알려면 학교 단위의 의견을 들어보거나 더 깊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교 졸업자가 증가하는 인구적 요인 때문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됐지만 실제 지난해 졸업생 숫자는 57만 6298명으로 전년(58만 1921명)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대학입학정원의 추이에 주목하는 분석이 많다.
앞서 1994~1995년부터 진학률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도 대학 설립기준 완화로 신설 대학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은 1990년 265개에 불과했지만 1995년 327개, 2005년 419개로 정점을 이뤘다.
하지만 그 후에는 고교졸업생보다 대학 정원이 더 많아졌다는 지적에 따라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2009년 현재 407개로 줄었다. 일부 대학에서는 규모는 미미하지만 정원 감축도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 비춰 입학정원이 소폭 줄어든 게 진학률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학 입학자 규모는 최근 10년간 18세 인구가 꼭짓점을 이루고 대학 숫자도 늘던 2001년에 83만 9천명이 넘으며 정점을 형성한 뒤 2007~2009년에 각각 78만 6757명, 78만 6003명, 78만 4921명 등으로 적게나마 줄었다. 특히 전문대와 산업대 입학자가 감소세다.
이런 상황은 구조적으로 진학률이 2008년에 최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시사한다.
게다가 무조건 진학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일부 신세대들의 가치관 변화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엿보는 시각도 있다. 대졸자라고 좋은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찌감치 '마이웨이'를 찾는 신세대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계 고교 졸업자의 진학률 상승에 따른 변수에 주목하는 관측도 나온다. 일반계고의 대학 진학률은 지난해 84.9%로 전년보다 3.0%포인트 하락한 반면 전문계고는 73.5%로 0.6%포인트 상승했다.
과거 추이를 보면 일반계고는 10년 전인 1999년에도 현재와 비슷한 84.5%였다가 2003년에 90.2%까지 오른 이후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문계고는 1999년 38.5%로 당시 일반계고의 절반에도 못미쳤지만 그 후 매년 상승해왔다.
학력 인플레가 심해진 상황에서 대학에 진학하면 취업여건이 좋아지고, 일단 전문대에 진학한 뒤 일반대에 편입할 수 있는 길도 넓어지면서 전문계고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졌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전체 진학률 둔화에 이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힘들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정확한 진학률 하락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입학정원이 미미하게나마 줄어든 영향이 없진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2010~2011년에는 정원이 유지되더라도 인구적 요인 탓에 진학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미 올해 고교 졸업자가 늘었고 내년에는 더 증가하면서 진학률이 하락이 우려된다는 설명인 것이다. 김 이사는 "2010학년도 입시생이 전년보다 7만 8천명 늘었고 2011학년도에는 10만명 이상 늘면서 피크를 이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