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이 교지부담금을 주지 않아 9개교 설립이 중단될 상황이라고 발표하자 도는 교육청이 허위사실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미수금 눈덩이" vs "줄만큼 줬다" = 도교육청은 7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도가 법적으로 부담해야 할 1조 2801억원의 학교용지 매입금을 주지않고 LH공사가 무이자 공급조건을 유이자로 변경해 2011년 개교예정인 9개교의 설립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학교용지확보 특례법에 따르면 학교용지를 확보하는 데 소요되는 경비는 시도 일반회계와 교육비특별회계에서 각각 절반씩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교육청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1996~2005년 10년간 경기도의 교지 매입비 미전입금 누적액이 7687억원이고 2008년에만 2656억원에 이르는 등 최근 4년간 미전입 누적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경남 1600억원, 서울 1500억원(2008년 기준)과 비교해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많다.
도교육청은 "도가 1996~2008년 교지매입 현황 실사결과와 96년 특례법 시행 이후부터 교지 확보경비 부담을 명시한 2008년 법제처의 법령해석을 따르지 않고 분담금 전입을 미루는 것은 거대학교, 과밀학급으로 상징되는 경기도 교육여건을 악화시키는 반교육적 처사"라고 결단을 촉구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도 전입금과 교과부 교부금을 합한 학교용지매입비 전입예정액은 4408억원. 그러나 학교 설립에 필요한 비용은 부지매입액 5318억원, 채무상환예정액 3262억원 등 8580억원으로 전입예정액이 모두 들어와도 4172억원이 부족하다.
부족분은 교육청 자체예산을 투입해야 하지만 열악한 재정 여건상 어렵다는 설명이다.
도교육청은 사태악화에 대비해 개발사업지구 학교설립 업무를 전담할 TF를 구성할 예정이다.
도교육청 김한철 학교설립과장은 "지난해말 현재 계획·추진 중인 50개 개발사업지구가 모두 승인되면 186개교를 신설해야 하는데 용지매입비만 1조 8420억원"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김동근 교육국장은 "학교는 교육청이 세워야 한다. 도교육청은 허위사실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도민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도는 최근 4년간 학교용지매입에 필요한 금액을 모두 부담했으며 9개교에 대한 계약금을 이미 납부했거나 올 예산에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이를 "밀린 전입금을 받은 것으로 일종의 외상값인 셈"이라며 "마치 쌀 퍼주듯 예산을 지급하면 계획적인 예산운용과 제대로 된 학생수용계획이 어렵다"고 말했다.
미납액이 전임지사 시절(민선3기 5962억원, 민선2기 3143억원) 주로 발생했으며 이 역시 공공기관간 장부상 채무로 남아 있을 뿐 당시 계획된 학교는 이미 설립됐다는 것이 도의 해명이다.
도는 "당장 매입에 필요한 돈은 차질없이 부담할 것"이라며 "다만 지방자치법상 건전재정과 과도부담 금지조항에 부합되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LH공사는 "지난해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교지공급가격이 대폭 낮아지고 교지부담 주체도 사업시행자로 명시됐다"며 "이로 인해 교지부담금이 배이상 늘어나 재정여건상 기존 무이자 분할을 고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왜 선거철에 쟁점화 시도하나" = 도교육청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기자브리핑을 통해 교지부담금 문제를 발표한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도 관계자는 "학교를 짓는 것은 교육감의 의무다. 도민에게 공포감을 조성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셈법 때문에 미수금 지급을 요구한다는 해석이다.
도교육청은 "시기를 일부러 잡은 것이 아니다. 2월까지 땅을 구입하지 못하면 3월에 착공할 수 없고 결국 내년 개교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도교육청은 2008년과 2009년에도 학교용지 부담금에 대한 법령 해석과 신도시 교지부담금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