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가 2003년부터 자체 시행 중인 졸업인증 영어시험 메이트(MATE·Multimedia Assisted Test of English)가 학생들 사이에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8일 숙명여대와 총학생회에 따르면 1999년 학생들의 실질적 영어능력 향상을 위해 학교측이 자체 개발한 메이트 시험은 2003년 3월 졸업인증 시험으로 정식 도입됐다.
말하기와 쓰기 등 2개 영역으로 구성된 이 시험은 멀티미디어를 이용해 일상생활에서 구사하는 영어능력을 향상시키려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2003년 당시 3학년이던 01학번 학생부터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졸업인증시험으로 바뀌면서 애초 취지와 달리 학생들에게 실효성 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이 시험은 매달 시행하는 졸업인증시험과 영어 실력을 테스트하는 정기시험(1년에 6차례)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재학생의 첫 메이트 응시료는 무료지만 기준점수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응시해야 하는데 말하기 영역은 5만원 또는 7만원, 쓰기 영역은 4만원을 내야 한다. 토익보다 비싼 응시료 자체가 학생들에게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메이트에 2차례 이상 응시하고도 통과하지 못한 학생은 4주~6주 과정의 대체강의를 들어야 한다. 대체강의 수강료는 25만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입사전형에서 메이트 점수를 인정하는 국내 대기업이 한 곳도 없어 졸업생 사이에선 이미 취업 준비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학생 배모(21)씨는 "토익, 토플 성적 따느라 정신없는데 메이트 점수까지 따야 하니 매우 부담스럽다. 사회에 나가도 쓸모없는 시험인데 괜히 시간 낭비하게 하는 것 같다. 시험도 매우 어려워 졸업 못하는 선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이 시험제도를 시행할 거면 실효성 있게 했으면 좋겠다. 기업 입사에도 도움이 되질 않고 응시료도 너무 비싸 부담이 크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메이트 정기시험에는 적게는 100명, 많게는 500~600명 정도가 응시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시험 통과율은 60~70%에 이른다고 숙대 측은 전했다.
숙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에서 실효성, 응시료 논란과 관련해 개선안을 2월 중에 내놓는다고 했으나 아직 어떤 입장도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 학교 측과 접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 측 관계자는 "몇년 전에는 메이트를 인정해 준 기업이 있었지만 지금은 계약을 한 대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응시료가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선 "시험 답안이 모두 주관식이고 채점자가 여러명이다. 듣기 시험은 직접 녹음을 듣고 한다"고 답했다.
이형진 숙명여대 영문학부 교수는 "대체강의는 올해부터 개선할 계획이다. 언어 자신감과 적극성을 키우려는 메이트 시험 취지에 공감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어로 말하기, 쓰기 능력을 키우는 점에서 시험의 가치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