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시대의 화가 문동(文同)은 대나무 잘 그리기로 세상에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문동은 자기 집 앞뒤 마당에 여러 종류의 대나무를 가득 심고서, 춘하추동 흐리거나 맑거나 바람 부나 비 오나 항상 대숲에 가서 대나무의 성장과 변화를 관찰했다. 그리하여 대나무의 길이와 굵기, 댓잎의 모양과 색깔 등을 음미해보고 새로운 느낌을 얻으면 곧 방으로 돌아와 지필묵을 준비하여 마음 속의 대나무 이미지를 그렸다.
이렇게 하기를 날이 가고 달이 흐르자, 다른 계절, 다른 날씨, 다른 시각의 대나무 형상이 모두 그의 마음 속에 깊이 새겨지게 됐다. 그리하여 그는 붓을 들고 종이 앞에 서기만 하면 즉시 평소에 관찰했던 각종 모습의 대나무를 생생히 재현해내곤 했다. 그가 대나무를 그릴 때면 매우 침착하면서도 자신에 차있었고, 그가 그린 대나무는 마치 실물인 같은 착각마저 들게 했다.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 그는 늘 겸손히 “나는 단지 내 마음속에 이루어진 대나무를 그려낼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이야기에서 나온 성어 ‘흉유성죽’(胸有成竹), 즉 ‘마음 속에 이미 완성된 대나무가 있다’는 말은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어 그 일의 성공을 자신한다’는 뜻이다. 또 어떤 일을 철저히 대비하여 당황하지 않고 매우 침착하게 처리할 때 이를 비유하는 말로 쓰기도 한다.
김연아 선수를 가리켜 흔히 ‘강심장’이라고 평한다.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우승의 부담감을 과연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인가 조바심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대담하게 연기를 해냈기 때문이다. 그녀도 말하기를, 준비를 철저히 했기 때문에 부담감은 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마음속에 이미 ‘잘 그려진 대나무’를 준비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