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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교원평가 시행…새학기 달라진 학교현장

교사들 이력서 같은 통신문 배부…학부모 관심 고조
공개수업 등 부담 호소…인기투표로 변질 우려도

3월 새 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중·고교 교원들을 상대로 동료교사와 학부모, 학생의 평가가 시행되면서 일선 학교현장에서 다양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교사 개인의 이력과 학급운영계획을 상세히 소개한 장문의 가정통신문이 학부모들에게 전달되는가 하면 학교운영 설명회에는 예전에 없이 많은 학부모가 몰려 달라진 제도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평가대상이 된 교사들은 이런 변화를 시대적 흐름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공개수업 준비로 인한 격무 등 새로운 제도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 학급 이렇게 운영하겠습니다" = 광주광역시 S중학교 김모 교사는 최근 자신이 맡은 학급의 학부모들에게 8장 분량의 유인물을 보냈다.

이 유인물에는 학급운영 목표를 시작으로 일별·월별 학사일정은 물론 청소당번 지정 방법, 자리배치 기준까지 빼곡히 적혀 있다.

지각이나 청소 등을 빼먹었을 때 벌점 기준 등은 예년에 볼 수 없었던 것으로, 이 유인물만으로도 담임교사의 교육적 소신과 학급 운영지침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유인물을 받은 학부모 양모(45·여)씨는 "담임교사는 물론 모든 학부모의 연락처, 심지어 학생들의 개략적인 학업능력 수준까지 포함돼 있어 선생님의 의지를 잘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학부모와 학생 만족도가 교원평가 대상에 포함되면서 나타나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경기도 수원의 학부모 이모(44)씨는 초등학교 6학년생 아들의 담임교사로부터 자기소개서에 가까운 가정통신문을 받고 처음엔 의아해했으나 교원평가를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받은 가정통신문에는 교사의 약력, 이름, 전화번호, 경력은 물론 사진까지 나와 있었다.

청주 운동초교 학부모 박진동(42)씨는 "담임교사가 매년 초 학급경영계획서를 가정통신문 형태로 보내는데 올해는 내용이 더 구체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대구광역시 초등생 학부모 유은주씨는 "예전과 달리 학교의 자세가 달려져 반가웠다"며 "학교와 가정이 함께 교육을 위해 고민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가 주체가 된 학부모들도 덩달아 학교에 관심에 높아졌다.

지난 15~17일 용인시 홍천고가 연 학부모총회에 전체의 70%가 넘는 학부모가 참가했고 특히 신입생 학부모는 지난해보다 배 이상 찾아 교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교사들 수업부담 호소 = 인천광역시 한 중학교 교사들은 이번 학기부터 30분 앞당겨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공식 퇴근시간이 지난 오후 7시에 교문을 나선다.

교재 연구와 학습준비물 마련하느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업 종이 울리자마자 바로 수업을 시작하는 교사들이 늘었고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자세도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이 학교 연구부장은 "2007년 교원평가제 시범학교로 지정돼 노하우가 축적됐는데도 모두 긴장하고 자극받은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교사들이 평가를 인식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교원평가제 도입에 따라 교사들은 수업 진행에 부담을 안게 됐다.

3월은 교사 업무가 폭주하는 시기인데 올해는 교원평가제 시행에 따라 학교는 학교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준비할 것이 생겨 더욱 분주해진 모습이다.

울산광역시 한 중학교 교사는 "평소에도 격무에 시달리는데 최근 들어 평가 준비까지 하느라 거의 매일 오후 9시가 넘어야 퇴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개수업도 교사들에게 부담이다.

이 학교의 또 다른 교사는 "다음달 초부터 시작해 연간 4차례 진행할 학부모 수업공개에 대비해 교사 간에 순번을 정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동영상을 찍을 인원이 없을 정도로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다음달 초부터 두 달에 한 번꼴로 공개수업을 진행할 예정인 전주시 한 중학교에서는 공개수업을 준비하느라 일반 수업에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교사들도 있다.

■"교사 인기투표로 변질 우려" = 대구 논공중 유진권 생활지도부장은 "아무래도 교사들이 이전보다 긴장하고 학교 분위기가 타이트해졌다"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학부모, 학생들의 평가가 자칫 인기 위주로 흐를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잘못된 행동을 꾸짖기도 하는데 아직 학생과의 관계 형성이 덜된 초임 교사들은 부정적인 평가를 의식해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전주시 한 고교 교사도 "(평가주체가 된) 학생들에게 찍히지 않으려고 교사들이 생활지도를 형식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학부모 평가는 자녀에게 물어서 대충하는 식의 겉핥기식 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거나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조급하게 추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농어촌 학교에서는 평가관리위원회 구성에 구인난을 겪고 있다.

평가관리위원의 절반 이상을 교원이 아닌 사람들로 구성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강원도의 경우 주민이 적은 농산어촌 학교가 많아 학기 초부터 외부인사 물색에 고심하고 있다.

또 원칙적으로 모든 평가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지만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아 밀봉된 종이설문지를 일일이 발송해야 하는 등 상대적으로 업무 부담이 늘었다고 한다.

강원도 한 초등학교 교사는 "문항은 어떻게 할지, 조사시기는 언제로 할지, 발송문이 잘 반환될지, 제도시행 예고는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등 생각보다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시대적 흐름…하려면 제대로" = 관리직 교원들의 반응은 교사들과 다소 대조적이다.

청주 모충초교 신명희(48·여) 교감은 "예전에는 공개수업을 꺼렸는데 요즘엔 서로 맡으려고 한다"며 "어차피 해야 할 공개수업이라면 미리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청주고 김태일 교장도 "지난해와 달리 교무실의 분위기가 상당히 역동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저 자신도 학교 경영관을 학부모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해 이달 말 예정했던 학부모총회를 지난 6일 앞당겨 했다"고 말했다.

충북교육청 홍석중 장학사는 "대부분 학교의 담임교사가 학부모에게 학급경영 계획서를 우편으로 보내는 등 나름대로 평가에 대비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교사에 대한 관심과 관찰이 상당히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대전 교촌초교는 방과 후 전체 교사 23명 중 절반 이상이 각종 수업연구대회에 참가하고 오는 23일 학부모총회 때 교사들이 각자 교육방침을 설명하고 수업공개도 할 예정이다.

이 학교 서원자 교장은 "교사들이 수업공개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나름대로 자기 개발을 통해 변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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