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12일 고용전략회의에서 보고한 '고교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전문계고를 300개 가까이 없애고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400곳을 키워 취업 전문교육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문계고를 나와 너도나도 전문대나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을 고려해 먼저 취업하고 2~3년 지나 대학에 진학하면 각종 혜택을 주는 유인책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대학진학 선호 현상을 막기는 역부족이며 입영 연기 등 핵심 인센티브가 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직업교육기관 '소수 정예화' = 21개교가 지정된 마이스터고는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기업인을 교장으로 임용하는 등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LG전자 출신 최돈호 교장을 영입한 구미전자공고는 LG이노텍과 졸업생 100명의 채용 협약을 이끌어내고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으로 협약을 확대하고 있다.
충북반도체고는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수억원대 반도체 장비를 기증받아 최첨단 실습실을 구축하고 졸업생 채용 협약을 체결해 '하이닉스반'을 만들었다.
교과부는 중소기업 채용 연계, 산업계 임직원의 산학 겸임 교사 확대 등을 통해 마이스터고를 육성할 수 있게 구미전자공고, 부산기계공고, 전북기계공고 등 3개 국립 마이스터고를 중소기업청에 이관할 계획이다.
또 진학 위주의 특성화고(168개)를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업종별 협의체의 지원을 받는 산학협력형 특성화고(350개)로 바꿔 늘리기로 했다.
특성화고는 농림수산식품부(자영농어업인), 국토해양부(선원) 등 기간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정부부처 연계형'이 105곳으로 올해 354억원이 지원되고, 지역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청 지원형'이 63곳으로 올해 371억원이 투입된다.
국토부 지원으로 졸업생 79%가 해운업계에 취업하는 해사고처럼 각 부처가 맡는 특성화고를 농식품부(한식 등 조리), 국토부(해외건설), 복지부(돌봄, 간병, 보건의료 등 사회서비스)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교과부 복안이다.
최근 치과의사협회가 장비 지원, 채용 협약 의사를 밝히며 1천명의 조무인력 양성을 요구한 바 있어 이 분야의 특성화고 확대도 추진된다.
187개 종합고는 일반고 등으로 바꾸고, 전문교과반은 거점 특성화고로 묶어 전문교과 교원을 집중 배치한다.
종합고가 여건이 열악한 소규모가 많고 내실있는 직업교육이 어려운 반면 교원 재배치 문제로 일반계고로 전환하기도 어려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기숙형 공립고 등과 연계해 지역 직업교육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남는 전문교과 교원을 위해 부전공 및 복수전공 연수를 확대하고, 학교 유형을 바꾸면 사립 교원은 공립으로 특별채용될 수 있게 교원 총정원 내에서 정원을 추가배정키로 했다.
정부는 특성화고 지원비로 내년 1천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先취업 後진학 체제로 = 전문계고를 나와 일단 전문대나 대학부터 가는 게 현실이다. 진학률은 80%에 달한다.
교과부는 전문계고를 졸업하고 우선 취업해 자기 분야를 개발한 뒤 필요에 따라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진학 중심이던 전문계고 교육과정을 산업계 수요를 반영해 재편하는 한편 국·영·수 중심 학업성취도 평가를 '직업기초능력평가'로 대체하고 2012년부터 평가결과를 공시하도록 해 정부 지원과 연계할 계획이다.
직업기초능력평가는 의사소통, 수리활용, 정보활용, 문제해결 등 직업과 관련한 공통 기본능력을 재는 것이다.
전문계고를 졸업하고 3년 이상 산업체에 재직하면 지원자격을 주는 특별전형을 지난해 중앙대, 공주대, 건국대 등 3개대가 실시했으나 올해 거점 국립대로 확대, 시행하고 신설 예정인 '저소득층 우수학생 장학금'도 이들에게 우선 지원한다.
하지만 이들 유인책은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을 취업 현장에 끌어들이기에 여전히 부족할 뿐 아니라 전문계고를 졸업한 취업자의 입대를 연기해주는 방안은 빠져 있어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