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교육계 비리로 국민을 실망시킨 올해 스승의 날에 축하를 받는다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
교사의 가르침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스승의 날(15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사상 최악의 교육비리와 교육정책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교단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침체한 상황이다.
일선 교사들의 사기가 어느 정도 떨어졌는지는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최근 전국 초중고교 교원 811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공동체 인식조사'에서 잘 드러난다.
응답자의 63.4%가 최근 1~2년 사이 교원의 만족도 및 사기가 저하됐다고 응답한 것이다.
교총은 교단의 침체한 분위기 등을 고려해 정부와 공동으로 주관해오던 '스승의날' 기념식을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일선 학교와 교육청에서 느껴지는 자괴감과 우려는 이번 조사 결과보다 훨씬 심각하다.
종로구 모 초등학교의 교사는 "일반 교사들이야 크게 동요할 까닭이 없지만, 사기는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육비리 등은) 교육계 전반의 문제이기 때문에 '나도 욕을 먹을 수 있겠구나'하는 걱정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 학교는 교육비리 등으로 교단이 어수선한 점과 카네이션 가격이 송이당 5천원에 판매될 정도로 고가인 점을 고려해 올해 처음으로 학생, 학부모가 스승의날 교내에 꽃을 가지고 오는 것을 금지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교장공모제 확대, 교육비리 수사, 강도 높은 교원평가 등이 한꺼번에 도입되면서 현장 교원이 느끼는 당혹감이 상당하다. 도저히 스승의날을 반길 분위기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한 중등 장학사 역시 "현장에서도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가만히 입 다무는 게 상책이라고 여기고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무거운 스승의 날은 처음인 것 같다. 교단이 너무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