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방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아시아권 주요 언어 보급 노력이 실패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호주교육재단(AEF)이 호주 정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 10여년간 관련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어와 중국어, 한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아시아권 주요 4개국 언어 구사자를 확대하기로 한 정부 정책이 선택 학생 급감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일간 디에이지가 28일 전했다.
AEF는 호주 고교 12학년 가운데 이들 언어를 선택한 학생은 전체의 6%에 불과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는 호주 정부가 6200만호주달러(620억원상당)를 들여 오는 2020년까지 12학년 가운데 12%(2만4천명) 이상의 학생들이 이들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에 비춰볼 때 큰 차이가 있다고 AEF는 지적했다.
특히 해당국 출신이 아닌 학생 가운데 10학년 또는 11학년 때 이들 언어를 선택했다가 12학년 때 중도 포기한 비율이 무려 90%에 달해 아시아권 언어 교육이 유명무실한 상태가 됐다는 것.
여기에 현재 12학년 중 이들 언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 가운데 절반도 해당 언어 사용 국가 출신자들이라고 AEF는 분석했다.
이처럼 아시아권 주요 언어가 학생들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은 비(非)아시아권 출신 학생들이 해당 언어 사용 국가 출신 학생들보다 대입시험에서 저조한 성적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언어별로는 호주와 가장 인접한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언어를 공부하는 학생은 2000년 2천200여명에서 현재는 1천100여명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호주 각급 학교에서 가장 많이 가르치고 있는 일본어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지난 10년간 일본어 선택 학생수가 20%나 감소했다.
중국어 및 한국어도 선택 학생들이 크게 줄고 있는 추세라고 AEF는 말했다.
AEF는 "아시아권 언어 구사자를 늘리겠다는 호주 정부의 계획은 현재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이런 추세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멜버른대 아시아법센터 팀 린제이 교수는 "인도네시아어의 경우 호주 학교에서 아예 사라질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호주를 방문했을 때 의회 연설을 통해 호주인의 인도네시아어 구사 능력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지만 이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호주교육평가보고청(ACARA)은 현재 이들 아시아권 언어 교육 전반에 대한 검토작업을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