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지난해 9월 인지 신경과학 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엘레나 스토버(29)는 온라인 포커선수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UCLA에서 6년간 열심히 공부해 박사학위를 땄지만, 교수가 될 수 있는 자리를 어느 대학에서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에서 종신직 교수가 되는 길은 언제나 쉽지 않았지만 최근 경제난으로 민간의 대학 기부금이 감소하고 교육 예산마저 줄면서 대학들이 교수인력을 대폭 감축해 박사들의 '교수직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LA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많은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대학 밖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한때 공교육의 산실로 꼽히던 캘리포니아 주는 재정 적자로 인해 지난해 주립대 시스템에서 교수 인력을 10% 감축했다. 주립대에서 1230개의 전임교수직이 없어진 것이다.
미국의 다른 대학들도 예산 절감차원에서 전임 교수 비율을 줄이는 대신 시간제나 임시직 교수로 이를 메우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대학의 전임교수 비율은 1970년 78%에서 2007년 51% 수준으로 줄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처럼 전임 교수들이 줄면서 인문학 박사학위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 인문학 박사학위자의 86%가 학계에서 직업을 구했을 정도로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길이 좁은 상황에서 그들에게 교수인력 감축은 직격탄이 되는 셈이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 따르면 2008년 공학박사를 받은 사람의 약 4분 3이 산업이나 경영 분야에서 일하지만, 인문학 박사학위자는 3%만이 이들 분야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은 여전히 박사학위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4만 8802명으로 1970년의 약 두 배에 달한다고 타임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