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의 교육현실은 마치 위태로운 비탈길을 질주하는 듯 하다. 교육개혁이란 슬로건으로 교육을 뿌리째 흔들더니, 그 결과가 `학교붕괴' `교육이민'이라는 엄청난 폐단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발뺌만 하고 있다.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우리의 교육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면 선진국의 교육정책을 아무런 여과 없이 무조건 모방한 것이 가장 큰 과오였다. 그 예로 95년부터 실시한 `열린교육'은 우리의 콩나물 교실에선 전혀 부적합한 교수-학습방법이다. 또한 현재 교육부에서 장려하는 수준별 학습지도도 같은 문제에 부딪쳐 있다. 창의적인 인간육성이라는 취지는 좋으나, 기초지식이 갖춰지지 않은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것은 욕심이며 무리다. 선진국처럼 20여명의 학생을 보조교사와 함께 수업을 해도 실패했다는 교수-학습법을 도용해서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의 교육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발상이다. 또한 정책 입안자들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교육정책을 펼쳐야 한다. 눈앞의 작은 문제에 집착하다 보니, 정녕 헤아려야할 미래의 큰 문제는 예상치 못하게 되고 일관성 없는 입시제도의 시행으로 국민들의 `불신'만 조장했다. 교사들도 본의 아니게 유능한 거짓말쟁이가 돼 버렸다. 당장 교육적 효과가 미흡하다고 이리저리 정책을 바꾸면 그 시행착오의 악영향은 우선 학생에게 돌아가고, 결국은 온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교육정책의 성과를 너무 빨리 거두려는 의식을 뜯어고쳐야 한다. 올해 서울대 신입생의 기초학력 테스트 결과, 수학 50점 미만이 과반수라며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일에 전전긍긍하는 교육 관계자들의 모습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하여 특기와 적성을 살려서 창의적이고 올바른 인간을 육성하겠다'던, 그래서 학력보다는 특기·적성교육에 매진하겠다며, 심지어 고교 모의고사와 보충수업까지도 폐지한 것이 불과 엊그제의 일임을 망각한 것일까. 모의고사를 치르고 보충수업 할 시간에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해왔으니, 당연히 학력은 저하되고 반면에 특기적성은 계발된 것일 터인데 학력저하 운운하며 호들갑을 떠는 모습은 정말 모순이다. 지금 교육현장에선 교원의 업무과다, 적은 보수로 인한 사기저하, 부족한 교원 수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교육에 대한 원대한 비전과 과감한 투자가 아쉽다. <손인규 경남 웅동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