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학교 운동장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발생한 지 6일로 꼭 한달이 됐다.
그 사이 경찰과 교육청 등 관계 기관은 학교 안전을 감시할 인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등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연합뉴스의 취재 결과 해당 학교의 상황은 크게 달라진게 없었고 불안감도 여전했다.
5일 오후 사건이 발생한 서울의 A초등학교. 후문 근처에서 딸을 기다리던 김만수(50) 씨는 걸어나오는 4학년 딸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왜 전화를 꺼 놓았느냐'며 '빨리 오라'고 채근했다.
곧바로 전화벨이 울렸다. 아이와 만났는지 확인하는 아내의 전화였다. 김씨는 "아이의 휴대전화 단축번호 1번을 112로 저장해 뒀다"고 했다.
하교 시간 학교 앞에는 김씨와 같은 학부모 20여명이 조바심치며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교사는 교문까지 아이들을 바래다주며 남녀 어린이가 함께 귀가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배움터 지킴이로 일하는 퇴직 경찰관 김태훈(60) 씨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 늘어난 상주 인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건 전에는 주 5일 근무만 했고 방학에는 쉬어서 1년에 180일가량 근무했는데 사건 후에는 법정 공휴일만 제외하고 280일 정도 근무하게 됐다"며 "내 근무시간만 늘어 처음에는 그만둘까도 생각했다"고 푸념했다.
그는 "사건 이후에는 모르는 차가 있으면 체크하고, 방문자들 신원을 확인한 다음 방문증을 발급해 들어가게 한다. 학부모들도 아는 사이인 사람은 들여보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방문증을 발급한다"고 전했다.
이 학교 교감은 "교육청에 (경비 인력을) 1명 더 충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충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달라진 게 있다면 자원봉사로 나온 '학부모 지킴이'들이 2명씩 짝을 지어 하교 시간에 맞춰 2시간 정도 정문 근처를 돌아보는 정도다.
정문과 후문을 드나들며 학교 운동장을 통행로로 사용하는 주민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고는 후문을 폐쇄했다.
하교 시간이 되자 인근 지구대 소속 경찰 5명이 정문과 후문으로 나뉘어 순찰하기 시작했다.
4학년 아들과 1학년 딸을 둔 신모(38·여)씨는 "사건 직후 2주 정도는 경찰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며 "학교 주변을 돌았으면 좋겠는데 정문만 지키고 있어 학부모들끼리 '교문 떼갈까봐 지키나' 농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신씨는 "(경찰이) 지속적으로 해 줘야 하는데 주목받을 때 잠깐 순찰하고 잠잠해지니 순찰도 뜸해지는 것은 불만"이라며 "여전히 걱정스러워서 매일 나오고 있다"고 했다.
지킴이 활동을 하는 학부모 A씨는 "남자들과는 가슴이 떨려 대화하기도 어렵다"며 "어머니들로는 한계가 있으니 경찰 인력이 많아져 수시로 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학교 인근 지구대 관계자는 "인근 학교를 묶어 순찰 활동을 강화하고 학원가도 중점 순찰을 돈다"며 "등학교 시간에는 최소한 2명이 학교 인근을 순찰하고 학교마다 전담 경찰을 한 명씩 배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