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6, 중3, 고2 학생 193만여명이 보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가 13~14일 전국 1만 1000여개 학교에서 일제히 시행된다.
그러나 수도권 등 각 지역에서 일부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시험을 거부하고 체험학습 등 대체 프로그램을 강행키로 한 데다 교육당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전북도교육청은 시험 당일 특이사항 현황 보고를 올리지 않기로 하는 등 학교 현장 곳곳에서 충돌이 잇따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각 지부와 일제고사폐지 시민모임, 각 지역 교육연대 등이 학업성취도평가 대신 체험학습에 나설 학생을 모집하고 있고 일부 교사가 이에 동조하고 있어 의도적으로 시험을 회피한 교원에게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교육당국은 승인받지 않은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을 무단결석 또는 결과(缺課) 처리하고 이를 유도한 교사를 원칙에 따라 징계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일단 각 지역의 시험 파행 여부를 지켜보고 나서 대응 방안을 정하겠다면서 일부 시도에 '평가를 성실히 이행하라'는 협조 공문을 12일 중 다시 보내기로 했다.
■체험학습 강행…충돌 불가피 = 전교조 서울지부와 평등교육학부모회 등으로 구성된 일제고사 폐지 시민모임은 "시험 당일 체험학습을 통해 시험거부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학생, 학부모 220명 정도가 성미산학교, 꿈틀, 공간민들레 등 수도권 대안학교를 찾아 체험학습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대구지부도 경북 달성군 현풍면 등 4대강 사업현장으로 체험학습을 나가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학생 20여명과 지부 소속 교사 3명이 1박 2일 일정으로 체험학습을 떠난다고 밝혔다.
경북에서도 김천 직지사 인근에서 옥수수따기 체험 행사 등이 마련돼 있고, 충북평등학부모회도 제천시내 간디학교에서 체험활동을 하기로 했다.
앞서 지역별로 일제고사에 따른 수업파행 실태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시험거부 운동에 불을 지피고 있다.
경남교육연대는 경남지역 초6, 중3 학생 77.5%가 문제풀이와 평가 대비 시험에 매달렸다고 전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각 학교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일제고사 시행 실태를 보고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2년만에 중징계 사태 재발 우려 = 일제고사가 10년 만에 부활해 치러진 2008년 10월에는 첫날 188명, 둘째 날 149명이 체험 학습 또는 등교 거부로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서울지역에서 전교조 교사 7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시 교사들에 대해 '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파면·해임 등 중계를 내렸다.
이번에도 교사가 평가를 회피하거나 평가 불참을 유도할 목적으로 체험학습 등 대체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되면 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과부는 지난 8일 전북도교육청에 내려보낸 공문에서 전북 장수중 판례(2009년 전주지법)를 인용해 "학생·학부모가 자발적으로 학업성취도평가 대신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했다 하더라도 교원은 이를 승인할 것이 아니라 평가에 응하도록 설득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교육당국 대응 골몰 = 교과부는 12일 중 전북과 강원도교육청에 학업성취도 평가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다시 내려보내기로 했다.
진보성향의 김승환, 민병희 교육감이 각각 취임한 전북과 강원도교육청은 각 학교에 '시험을 보지 않는 학생을 위해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을 당부하는 공문을 보내놓은 상태다.
전북도교육청은 학교별로 시험 당일 '특이사항'을 현황 보고하도록 하는 절차도 하지 않도록 해 결시생 현황 등이 다른 시도보다는 늦게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관계자는 "15일 이후에는 각 학교에서 입력한 자료가 시도 교육청을 통해 올라올 것"이라며 "결과·결시생과 해당 교원 처리에 대한 방침은 시도 현황을 정확히 파악한 이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