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교육이 근본적인 개혁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빌 게이츠의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하 게이츠 재단)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교육개혁의 주도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12일 보도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게이츠 재단은 전국적 학력기준 도입, 학생 학업성취도에 따른 교사 성과급 지급 등 자신들이 추구하는 교육개혁의 최우선 과제를 수용하는 학교와 공공기관 등에게 6억 5000만달러(약 7813억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약속해왔다.
게이츠 재단이 가장 역점을 두는 지원 사업은 교사 평가 및 성과급 도입 실험으로, 이와 관련해 플로리다주 힐스보로 카운티 교육구는 1억달러, 로스앤젤레스 차터스쿨(자율형 공립학교)은 6000만달러, 피츠버그 교육구는 4000만달러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들 교육구, 학교들은 교사 연공서열이 아닌 학생 학업성취도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는 실험을 실시하게 된다.
게이츠 재단은 지난 10년간 20억달러를 소규모 학교 설립 등을 중심으로 한 고등학교 개선 작업에 투입해왔으나, 개선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이 같이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게 된 것.
여러 도시에서 3분의 1 또는 그 이상의 학생들이 제때 교교 졸업에 실패하거나 졸업생도 많은 경우 대학 진학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는 등 심각한 학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생각"이라고 빌 게이츠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러한 게이츠의 기부가 여러 세대 동안 미국 학교를 괴롭혀 온 문제들에 대한 거시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불확실하나, 분명한 것은 게이츠 재단의 지원금이 교육개혁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WP는 평가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오바마 행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로, 게이츠 재단의 교육개혁 사업들은 오바마 행정부와 교육개혁 의제와 매우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게이츠 재단이 행정부 부처 같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게이츠 재단은 연방정부의 교육개혁 지원금 제공 사업인 '최고를 향한 경쟁(Race to the Top)'에 각 주 등이 지원할 수 있도록 25개 주와 교육구에 600만달러를 원조하는 등 오바마 행정부의 각종 교육개혁 사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바마 행정부는 각 주가 주도하는 학력기준 도입 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있으나 연방정부가 지역 교육에 직접 개입한다는 논란을 우려해 자금을 직접 지원하기 어려운데, 게이츠 재단이 이 운동의 최대 자금 후원자로 나서서 연방정부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
아니 던컨 미 교육부장관의 경우 핵심 보좌관들을 게이츠 재단에서 영입했으며 게이츠 재단에 대해 "문제를 개선하는 데 진실로 관심이 있는 여러 이해당사자 중 하나로서 그들의 헌신과 끈질김에 감사한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게이츠 재단은 또 전미교육협회(NEA), 미국교사연합(AFT) 등 교원노조들에게도 160만달러를 지원하고 게이츠가 AFT 총회에서 연설을 하는 등 적극 손을 뻗치고 있다.
특히 힐스보로 카운티 교육구에 향후 7년간 1억달러를 지원해 원하는 교사에게 학업성취도 평가 등의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업을 이곳 교원노조의 동의를 얻어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게이츠 재단이 이처럼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교육개혁의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점차 제기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교육문제 연구가인 톰 러브리스는 "게이츠 재단은 연방, 주, 지역, 각 학교, 언론, 정치인, 싱크탱크 등 교육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그들의 동기는 100퍼센트 순수할 수 있지만 하나의 거대한 주체가 이 모든 집단들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려할만한 이유가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