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를 연상시키는 수천명의 '흑백 재분리' 반대 시위가 이번주 미국 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 카운티를 들썩이게 했다.
이 카운티 교육위원회가 학교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구성의 다양성을 위해 수십년간 시행돼온 강제통학(busing) 제도를 철폐키로 5대 4로 의결했기 때문이다.
강제버스통학제란 무료나 할인급식을 받는 학생이 재학생의 40%를 넘지 않도록, 즉 빈곤층 학생만 다니는 학교나 중산층 이상만 다니는 학교가 되지 않도록 사회경제적 기준을 따라 학생들을 카운티내에서 골고루 강제배정하는 제도다.
미국 abc 방송의 24일자 인터넷판에 따르면, 이 제도 폐지에 찬성한 교육위원들은 '버싱' 때문에 최대 30마일(약 48㎞)되는 거리를 통학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이 제도를 없앰으로써 절약되는 기름값 1400만 달러를 교사 봉급 인상에 활용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위에 참가한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노스캐롤라이나 지회장인 윌리엄 바버 목사는 "한쪽엔 인종적인 이유로 극히 빈곤한 학교들이 있고 다른 한쪽엔 공공자금으로 세워진 사립학교가 있는 현실은 우리 아이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며 "잘못된 위험한 결정인 만큼 이 결정의 무효화를 위해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폐지 반대론측은 원거리 통학으로 인해 학생들이 불편하다는 폐지론측의 주장은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카운티내 학생 14만여명 가운데 86%가 5마일 이내로 통학하며, 특수목적 학교인 매그닛 스쿨 학생 12%를 제하고 나면 5마일 이상 통학 학생은 3%에 불과하고 이 정도는 이 제도의 장점을 감안하면 감수할만한 부담이라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인 마이크 페트릴리는 웨이크 카운티의 버싱 시스템은 여러면에서 성공적이라면서 "전국 다른 곳에 비해 시험 성적이 꽤 우수하고" 무엇보다 웨이크 카운티에는 "재학생 모두가 가난한 학교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학교가 가난한 학생들만으로 구성된다면 그 학교는 효율적인 학교가 되기 어렵다"면서 버싱 정책을 폐지했을 때의 부정적 결과를 우려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는 버싱제 폐지에 찬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이들이 거주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청회 기간에 나온 찬성론 중엔 "그동안 우리 학교가 교육자들이 아닌 사회 공학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에선 1970~80년대는 전국의 학군들이 인종 다양성을 촉진하기 위해 버싱을 동원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지난 2007년에는 대법원이 웨이크 카운티처럼 경제적 요인을 고려한 버싱 정책을 취할 수는 있으나 인종을 기준으론 학교를 강제배정할 수 없도록 판결하는 등 오늘날엔 대부분의 학교가 어떤 종류의 다양성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