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어를 소홀히 한 채 영어에만 몰입하는 인도네시아 학생이 늘면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골치를 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27일 보도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중상류층이 사립학교에서 자녀들에게 영어만 가르치면서 인도네시아의 공용어인 '바하사 인도네시아'를 구사하지 못하는 학생도 흔해 국가 정체성 위기마저 맞고 있다고 전했다.
위기를 느낀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3년까지 모든 사립학교에 다니는 인도네시아 학생에게 인도네시아어를 가르치도록 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지만, 세부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최근의 인도네시아어 위기는 사회의 민주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1968년부터 1998년까지 30년 동안 인도네시아를 다스렸던 장군 출신의 수하르토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어 교육을 장려하고 영어 사용을 억제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인도네시아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영어는 식민지 시대 네덜란드어가 그랬던 것처럼 높은 지위를 얻게 됐다.
규제가 느슨해지면서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공립학교에서 교육받는 대신 원어민 선생이 영어를 가르치는 사립학교에 다니게 됐다.
이런 학교에서는 인도네시아어를 아예 가르치지 않는 경우도 흔해 학생들은 나라말을 제대로 배울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사립학교를 경영하는 우추 리자 씨는 "영어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영어를 못하는 사람을 보면 깔보는 경향이 있다"고 개탄하며 "어떤 가정에서는 손자들이 인도네시아말을 못해 할머니와 대화를 하지 못하는 슬픈 일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