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의 지속적인 증가세를 비웃듯 16년 연속 90%가 넘는 기록적인 취업률을 달성한 전문대학이 있다.
1994년 국내에서 최초로 '맞춤형 주문식 교육'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대구 영진전문대가 바로 그곳이다.
전문가들은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체제의 변화가 필요한 이때 영진전문대의 사례는 전문인력 양성대학이 교과서로 삼기 충분하다"고 칭찬한다.
이 대학의 2009년 취업률은 95.5%로 국내 최고 수준. 2008년과 2007년 취업률도 98.3%, 98.2%로 지난 16년간 취업률이 90%를 넘었다. 정규직 취업률은 더욱 놀랍다. 2009년 정규직 취업률은 89.3%로 졸업생 10명 중 9명이 안정된 직장을 얻었다.
전체 임금 근로자 중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33%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90%에 가까운 정규직 취업률은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대기업 취업 비중도 높다.
한해 입학 인원이 3000명 가량인 이 대학에서 작년 졸업자 가운데 26%인 737명이 대기업이나 해외 유명기업에 취직했다. 251명이 LG계열사, 40명이 삼성계열사, 313명이 하이닉스 등 기타 대기업에 채용됐고, 133명은 소프트뱅크, 트랜스코스모스 등 일본기업으로 진출했다. 이렇게 지난 2005년부터 5년간 대기업과 해외에 취업한 인원은 총 3421명에 달한다.
연봉 수준도 보통의 전문대 취업자보다 훨씬 높다. 화학, 조선, 기계, 중공업 분야 취업자의 연봉은 3000만원, 일본 기업은 4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질 높은 취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계와 산업계는 '기업체 맞춤형 주문식 교육'의 힘으로 보고 있다. 맞춤형 주문식 교육이란 기업과 취업 약정을 체결, 교육 내용과 인력을 주문받아 기업의 요구에 맞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장영철 영진전문대 총장은 27일 "계열별로 입학한 학생들은 1학년 1학기 혹은 2학년 1학기에 전공이나 협약반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전문성을 키운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하이닉스와의 협약에 따라 신설된 반도체공정기술반. 이 기술반 학생들은 회사 주문에 따라 센서공학기초 등 총 11개 과목 27학점의 반도체 관련 전공교육을 3학기 동안 이수하고 마지막 학기에는 현장 실습을 거친다. 2006년, 2007년에는 이 협약반 전원이 하이닉스에 채용됐다.
전문인력 양성의 또 다른 축은 산업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교수진이다. 이 대학 전체 교원의 80%는 산업체 근무 5년 이상의 경력자다. 표창수 영진전문대 전자정보통신계열 교수는 "2001년부터 6년간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시스템 사업부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 때문에 교수로 채용됐다"며 "현장경험이 있기 때문에 실제 회사에서 필요한 기술을 중점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총장은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과 구직자의 실력이 맞지 않는 '미스매칭(mismatching·불일치)' 현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청년 취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주문식 교육은 청년 실업난 해소를 위한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