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이 역사교과서 분쟁에서 벗어나려면 현재의 검정교과서 제도를 없애고 교과서 자유선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려대 한국사학과 조광 교수는 29일 민족문제연구소를 통해 '한·일 역사인식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하고 한·일 역사교과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역사교과서 자유선택제를 주창했다.
그는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중국이나 교과서 검정제도를 둔 한국·일본이 주변국과 역사갈등을 겪는 반면 교과서 자유선택제를 채택한 독일과 프랑스는 성공적으로 역사분쟁을 해결한 것에 주목했다.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독일과 프랑스는 역사 서술을 두고 심각한 갈등을 빚었으나 철저하게 민간차원에서 역사문제에 접근한 결과 양국이 공동역사교과서를 간행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웃나라와 역사분쟁을 겪는 국가의 공통점 중 하나가 국가에서 역사교과서를 규제하는 것"이라며 "국가적 이해관계를 떠나 학자나 교육자의 양심에 따라 역사교과서가 쓰여지면 역사분쟁도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의 이해관계가 개입될 때 역사는 과거에 대한 변명이 되기 쉽지만, 한국 대 일본이라는 대결구도를 벗어나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역사의 해석과 서술은 양국 간 역사갈등의 여지를 줄인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지배-피지배 관계로 얽힌 한·일 역사문제는 상호인정과 존중 속에서만 해결될 수 있다면서 "상대에 대한 우월감이나 멸시감은 청산돼야 하며 역사를 통한 상호 이해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의 논문은 30일 태평로 한국언론진흥재단 19층 회의실에서 민족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리는 '강제병합 100년, 한일과거사 극복의 과제와 전망' 세미나에서 발표된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기조발제를 맡고, 오시노 마코도 일본 도카이대 교수, 박찬승 한양대 교수, 윤건차 일본 가나가와대 교수 등이 주제별 발제자로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