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월드컵대회에서 우승을 일궈냈다. 그러나 그 주역은 다름 아닌 한국의 17세 이하 소녀들이었다. 이들의 승리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우 열악하고 척박한 국내 여자축구 환경에서 나온 것이어서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낳은 또 하나의 영웅들이다. 이런 여자 영웅을 성어로는 건괵영웅(巾幗英雄)이라고 하는데, ‘건괵’(巾幗)이란 여자들이 머리를 장식할 때 쓰는 일종의 수건이다. 이것이 여성을 상징하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에서 유래한다.
중국 삼국시대에 촉(蜀)의 승상 제갈량은 위(魏)나라 사마의를 정벌하러 위남에 당도했다. 촉군은 군량미 부족으로 빨리 전투를 하고자 했으나, 이를 안 사마의는 좀처럼 성 밖에 나와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제갈량은 이런 대치상태가 지속되는 것도 촉군에게 극히 불리하며 그렇다고 위군(魏軍)의 높고 견고한 성벽을 공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묘책을 생각해냈다.
그것은 바로 사마의에게 ‘건괵’을 선물로 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편지를 보내 “당신은 수많은 장수와 병졸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끝내 용감히 성 밖으로 나와 싸우려하지 않으니, 차라리 이 건괵이나 쓰고 여자노릇이나 하시오”라고 말했다. 사마의는 이러한 모욕을 받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으나 한순간의 분노를 잘 참고 응전하지 않아 마침내는 오장원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고사에서 건괵(巾幗)은 여성을 상징하는 말이 됐고, 여성으로서 뛰어난 힘을 발휘한 사람을 ‘건괵영웅’이라 칭하게 됐다.
사실 되돌아보면 한국의 스포츠는 국제무대에서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성적이 더 좋다. 예를 들면, 양궁, 역도, 농구, 탁구, 핸드볼, 하키 등 수많은 종목에서 여자팀이 남성팀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여성에게 더욱 많은 기회와 역할이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