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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지방정부가 행정법원에 중앙정부 제소

“학교 건물 지어주겠다던 약속 일방적 파기”



노동당 정권의 청사진 보수당 들어서면서 ‘무기한 연기’로 변해…신․개축 추진 중인 학교들 “중앙정부가 결정 바꿔야”

영국 중부지방의 노팅험(Nottingham), 동남부의 루튼(Luton), 그리고 런던의 왈탐 포어레스트(Waltham Forest) 등 세 기초단체 지방정부는 “(주겠다고 한 돈을 안 준다고 번복한) 중앙정부의 일방적 결정을 철회하도록 해 달라”고 중앙정부를 지역 행정법원에 제소했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하부기관으로 설정되어 있을 경우 중앙정부의 정권이 바뀌면 정부는 장기 예산집행 계획을 수정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지방정부에 주겠다고 약속했던 돈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국처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법령상 그 역할과 책임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 지방정부는 독립된 개체이며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했던 약속을 함부로 번복하지 못한다.

더구나 이번 같은 ‘학교 재개발 사업’의 경우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돈을 ‘뿌리는’ 형태가 아니고, 전국의 150개 기초단체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조건부’ 사업 입찰 공시를 했던 정책이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그 입찰에 응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만들어야 했고, 지방정부는 상당히 많은 인적․물적 자본을 투입했다. 월탐포어레스트 기초자치 단체는 중앙 정부의 최종 확약을 듣기 위해 1700만 파운드 (약 340억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리고 그들은 올해 2월 중앙정부의 최종 확답을 받아둔 상태이다.

이 행정재판 분쟁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동당 정부의 2인자인 재경부 장관 고든 브라운은 “향후 15년에 걸쳐 전국의 3500개 중등학교 건물 모두를 개축․증축․신축하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필요한 예산은 약 550억 파운드(약 110조원)로 추정되었다. 2005년 첫 실태조사 보고서가 나왔고, 2007년에는 타당성 조사결과 보고서인 ‘Evaluation of Building Schools for the Future’가 나왔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전국의 중등학교 건물 중 14%만이 1976년 이후에 지어졌으며 나머지는 모두 건물의 생명 시한인 35년이 넘었다. 그리고 상당수의 건물들도 100년 전 빅토리아 시대의 붉은 벽돌 건물로, 이러한 건물들의 돌계단은 좁기도 하고 비상 탈출구도 마련되지 않아 현행 소방법에 위배되기도 한다.

당시 노동당 지지 세력에서 고액 사립학교들의 신입생 선별 실태를 비판할 때 고든 브라운 부수상은 “그런 사립학교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공립학교를 그 수준으로 만들면 될 것 아니냐?”라고 자책하면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 사업’과 같은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실제로 보수당에서 정권을 이어 받을 1998년 당시 2조원이던 학교 건물 재건축 사업비를 매년 꾸준히 증액시켜 노동당 정권 말기인 2007년에는 12조원으로 6배 증가 시켰다. 그의 청사진에는 2011년에는 16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올 5월 정권이 바뀌고, 7월 들어 교육부 장관 마이클 고브는 ‘학교재개발 사업의 무기한 연기’를 발표했다.

이 발표로 인해 현재 신개축 사업 계획이 진행 중인 700개의 학교는 중지되었으며 사업이 진행 중인 151개의 학교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월탐 포어레스트 구청장 크리스 로빈은 “중앙정부의 결정이 우리에겐 치명적이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중앙정부의 결정을 바꾸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중앙정부가 협상안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 행정 법원에서 모종의 중재안이 나오고 이 중재안을 중앙정부가 받아들여 줬으면 하는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대변인은 “우리는 ‘학교 재건축 사업’을 폐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총체적으로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음을 알고 있으며 현재는 그것을 하겠다는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그 사업을 재개하기는 하겠지만 노동당 정부가 만든 청사진 위에서 지속하고 싶지는 않다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2004년 노동당 정부는 ‘교육부’의 명칭을 ‘DCSF(Department for Children, School and Family)’로 바꾸면서 ‘교육(Education)’이라는 용어는 삭제되었다. 정부 개편을 통해 교육부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사회안전부의 역할을 일부 떼어와 포함시키고, 학교를 단순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장소’에서 탈피해 ‘지역사회의 커뮤니티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노동당 정부의 ‘학교 재건축 사업’은 단순한 ‘아이들의 교실’에 국한되지 않고, 놀이방이나 지역사회 복지관 시설의 기능까지 포함한 ‘건물의 구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동당 정부 구상은 보수-민자 연합정부가 들어서면서 수정되었고, 교육부의 명칭도 ‘너저분한’ DCSF에서 DfE(Department for Education)로 단순화 시키는 것으로 봐서 교육부의 역할을 ‘교육’에 국한시키고 단순화 시키는 쪽으로 정책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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