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침체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부분적으로 조금씩 나아지는 조짐은 있지만, 아직 경기침체가 끝났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경기침체는 과연 끝난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재 미국 경제는 일부 성장과 침체가 공존한 가운데 여전히 경기침체를 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지난 2007년 12월에 시작된 경기침체가 종료됐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다는 것이다. 또한 이 경제전문지는 "현재의 경기회복 속도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리고 빈혈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가 촉발된 시기보다는 나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시작된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다. 그 이유로는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저조한 소비 실적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미국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전체적으로 미국 내 일자리 13만1000개가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실업률이 9.5%로 10%대에 육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득이 줄어든 서민들이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아 소비심리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장기적인 경기침체는 미국사회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교육현장도 피해가지 않았다. 주 정부가 파산 위기에 몰릴 정도로 재정상황이 열악한 캘리포니아주는 교육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학교들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주립대학들과 커뮤니티 칼리지 등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대학들이 예산부족으로 강사들과 교직원들을 해고하면서 기존의 강의수를 대폭 줄였다.
캘리포니아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계열인 학교의 경우 예산부족으로 이번 학기 수업 규모를 지난해 보다 11%나 축소시켰다. 캘리포니아 주립대(California State University) 계열의 학교들도 지난해 약 5억 달러의 주정부 지원금이 축소되면서 23개 캠퍼스의 수업 규모를 대폭 줄였다.
이러한 재정악화로 인한 수업규모의 축소가 고스란히 학생들의 피해로 연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교육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커뮤니티 칼리지에서만 약 14만명이 수업규모의 축소로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생비자를 유지하기 위해 규정학점(학기당 12학점)을 수강해야 하는 유학생들의 경우, 개설 강의수 감소로 규정학점을 수강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일부 유학생들은 규정학점을 채우기 위해 불필요한 과목을 억지로 수강하고 있으며 수천 달러의 등록비를 낭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졸업을 위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필수과목의 경우 각 과목마다 대기자수가 50여 명이 넘으면서 필수과목 수강신청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다. 결국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인한 교육예산 감소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교육 예산 감소의 여파는 미국의 대학뿐만 아니라 초중고 학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 예산 감소로 학생들에게 수업에 필요한 문구류는 물론 휴지, 쓰레기봉투 등 생활필수품까지 지참하고 등교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지금껏 미국의 초중고는 학교에 가져올 필수항목으로 수업에 필요한 문구류만을 요구 했었다.
그런데 이번 학기부터 미국의 지역 교육구들이 학교 예산 부족을 이유로 문구류 외에 생활필수품까지 필수항목에 포함시킨 것이다. 페이퍼 타올, 클로락스 와이퍼, 베이비 와이퍼, 쓰레기봉투, 손 세정용 물비누, 티슈, 면봉, 비누, 종이접시, 종이컵 등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 학기까지 학교가 제공했던 물품들을 교육예산 삭감으로 인한 학교의 재정 감소로 더 이상 제공할 수 없게 되자 학생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학교의 교육환경을 열악하게 만들고, 학부모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가중시키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경기침체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는데다, 경기침체가 계속 되는 동안 학생들의 교육환경은 점점 나빠져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경기침체로 열악해진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기업들과 시민단체 등 민간단체들이 적극 나서야 할 차례다. 기업들과 시민단체들이 학교·지역교육구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교육환경 개선에 적극 동참 하는 것만이 위기에 빠진 미국의 교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