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문학상 응모작은 예년에 비해 편 수가 적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작품의 수준차는 크지 않아서 낙심할 정도는 아니었다. 소재도 다양해서 세상을 촉지하는 여러 생각들을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정서를 평이하고 상투적으로 표출하거나 심정 토로식으로 나열하는 것이 올해도 산견돼서 아쉽다. 이는 시의 긴장이나 밀도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므로 늘 유념해야 할 것이다.
시 부문 당선작 <흰 와이셔츠의 뼈>(정영희)는 사물을 의인화하고 이를 인간의 이력과 연계시켜 삶을 통찰하는 예리한 눈을 확보했다. 눈부시게 흰, 그러나 이제는 ‘누렇게 탈색된’ 와이셔츠와 퇴락한 자신의 삶을 연계시키는 발상이 신선했다. 구멍난 와이셔츠 그리고 골다공증과 관절이상으로 신음하는 화자가 일체되며 묘한 연민을 자아낸다. 섬세한 감수성과 삶을 진지하게 통찰하는 안목이 뛰어났다. 당선작 외 응모시편들 역시 시적 긴장을 끝까지 잘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런데 안정적이라는 것은 자칫 시를 지루하게 만들 수 있다. 보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과 삶을 통찰하는 작품을 기대하고 싶다. 시적 모험이 동반된 생동하는 개성을 선보여 주길 기대한다.
가작 <꿈틀대는 액자>(안영선)는 당선작에 비해 경쾌하고 날렵하다. 주변을 관찰하는 신선하고 경쾌한 비유가 생생하다. ‘자벌레처럼 늘어진 그림자가 유모차에 끌려가고’, ‘파지로 남은 생’, ‘언덕길 오르는 저 바퀴의 정점’, 그믐달을 흔드는 바람, 빈 골목을 헤매는 폐지(廢紙)같은 숨소리 등등. 풍경은 그야말로 꿈틀거리며 다채롭게 변주된다. 주변을 예리하게 관찰하며 비로소 자신과 대면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런 비유들은 어디서 보고 읽은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3연 역시 이상의 ‘거울’모티프를 연상시킨다. 장점은 이를 자기식으로 잘 직조하여 주제를 전달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자칫 상투적 수사로 그칠 수 있으니 끊임없이 자기 언어로 세계와 주변을 응시하고 삶을 통찰한다면 좋은 시를 쓸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이밖에도 <막사발>, <낚시꾼>(정병근)은 재미도 있고 발상도 신선해서 좋았으나 간혹 시적 긴장을 허무는 관념어가 아쉬웠다. 그러나 시가 힘도 있고 스케일도 커서 정진하면 좋은 작품을 낳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흑백사진>(윤종덕), <털 다듬기>(하상만) 등은 시의 밀도와 긴장을 유지한다면 좋은 결과 있으리라 기대된다. 건투를 빈다.
다음 동시 부문이다. 동시는,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어린이의 정서(童)와 문학적 성취(詩)를 조화시키는 것이 지난하다. 이런 까닭에 종종 동심 혹은 문학성 등의 상대적 우열에서 당선작이 가려질 때가 많다. 그런데 이번 당선작 <풍경>(임만택)과 가작 <달>(류상희)은 우연이지만 두 작품 모두 어린이의 정서보다 문학적 완결성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풍경>은 처마 끝 풍경(風磬)과 이를 흔드는 바람과의 관계를 통해 사물과의 제연관을, <달>은 연못에 반사된 달을 잡으려는 마음(꿈)과 그것의 허망함을 시적으로 승화시켰다. 다만 <풍경>이 ‘동시’의 특성을 좀 더 드러낸다고 판단해서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두 분께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동시는 어린이의 시선과 상상력에 기반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이해를 부탁드리고 싶다. 이외에 <세발자전거>, <사과>(정안식), <누에학교>, <운동장>(김선중)은 주로 어린이의 시선으로 사물이나 경험을 재미있게 표현했지만 완성도 면에서 상대적으로 아쉬웠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그러나 계속 정진한다면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자질을 갖추었으니 다음을 기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