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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난을 사랑하며 난처럼 살다간 시인

(5) 이병기의 난초 향기 그윽한 익산

1930년대 한국의 전통 시가를 계승하며 현대 시조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가람 이병기 시인의 고향을 찾아가는 길은 답사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따뜻한 석탑’으로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미륵사지, 서동과 선화공주의 추억을 간직한 서동공원, 두 사람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쌍능을 간직한 익산. 그 곳에 가면 전통을 사랑하고 난초처럼 고결한 삶을 살다간 이병기의 고향이 있다. 시인이 태어나고 생을 마감한 생가 ‘수우재’를 비롯하여 대나무 숲에 잠든 시인의 묘소, 묵묵히 고향 들녘을 지키는 동상, 별처럼 아름다운 동심을 노래한 문학비가 있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수우재 - 난초 향기가 듬뿍 묻어나는 생가
익산시 여산면 원수리 진사마을 573번지. 이병기는 이 집에서 태어나 이 집에서 생을 마감했다. 생가에는 안채와 사랑채, 고방채와 모정(茅亭)이 있다. 고방채는 세간이나 기타 물건들을 보관하는 곳이며 모정은 짚이나 풀로 지붕을 얹은 정자를 말한다. 모정 앞에는 작은 연못이 있고, 그 연못 앞에는 배롱나무가 수줍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전라북도 기념물 6호를 지정되었다는 생가의 안내판 옆으로 1995년에 세운 문인협회의 표징이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소개하고 있다. 대문을 두드리면 금방이라도 주인이 문을 열고 뛰어나와 맞아 줄 것 같은 정겨움을 느끼게 하는 곳. 생가의 뒤뜰을 호위하듯 서 있는 대나무 숲이며, 장독대며, 어느 하나 시인의 마음을 닮지 않은 것이 없다.

시인이 서울에서 죽은 난을 이곳에 가져야 십여 분을 살렸다는 이야기가 유명한 정도로 수우재는 난초 향기가 은은한 곳이다.

동상 - 고향을 지키는 든든한 수호신
이병기 시인의 동상은 최근에 생가를 정비하면서 세운 것이다. 생가 옆 울창한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원수리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동상은 마치 고향의 수호신 같은 느낌을 준다. 정갈한 두루마기를 입은 채 오른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키며 왼손에는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이 평생 제자를 키우며 살아온 시인의 고결한 삶을 되새기게 한다.

동상의 오른쪽에는 시인의 연보가 새겨진 비석이 있고, 왼쪽에는 시조 『고향』을 새긴 비석이 나란히 균형을 맞추며 시인을 호위하고 있다. 서울 생활 속에서도 항상 고향을 잊지 않았던 시인, 고향으로 내려와 난초를 기르며 시조를 짓던 시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묘소 - 난을 사랑하고 난처럼 살다가 시인의 묘소
이병기의 묘소는 생가 뒷산에 있다. 시인의 묘소를 오르기 위해서는 입구에 있는 ‘가람연안이공병기박사묘’라는 비석 앞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100m 남짓 걸으면 된다. 울창한 대나무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면 대나무 숲 속에 포근히 안긴 시인의 묘소를 만나게 된다. 시인의 명성에 걸맞게 화려하고 웅장한 묘소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럽겠지만 여느 평범한 묘소와 전혀 다르지 않다. 이곳이 시인의 묘소임을 알리는 작은 한글 비석만이 덩그러니 서 있어 오히려 묘소를 참배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이병기 시인은 깨끗하고 고결한 삶을 살았으며 그런 시인의 모습은 미진도 가까이 하지 않는 난초를 닮았다. 난을 사랑하고 난처럼 살다간 시인. 그가 바로 가람 이병기일 것이다.






여산남초등학교 - 시비 『별』이 세워진 곳
시인의 시비 『별』은 여산남초등학교에 있다. 1968년 시인의 장례식장으로 사용되기도 한 이 학교는 전교생이 약 40명 정도 밖에 안 되는 작은 규모이지만 시골 정취가 물씬 풍기는 교정이 더없이 아기자기한 맛을 느끼게 한다.(2009년 폐교) 아담한 본관 교사를 돌아들어 가면 예쁜 화단 앞에 있는 시인의 동상과 시비를 만나게 된다. 시비에는 아이들의 별에 대한 동경의 마음을 담은 시조 『별』이 새겨져 있다.

이 시조는 1960년에 작곡가인 이수인 선생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져 모든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수인 선생은 어린 시절부터 이 시를 즐겨 암송했으며 나중에 작곡가가 되면 제일 먼저 곡을 붙이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결국 이 시는 이수인 선생의 첫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여산초등학교 - 시인이 처음으로 교사 생활을 시작한 곳
여산초등학교는 원수리에서 약 2km 떨어져 있는 여산리 파출소 옆에 있다. 이병기 시인은 한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13년에 이 학교에서 잠시 교사로 근무를 했으며 1948년 가을에는 이 학교의 교가를 지어주기도 했다. 이것을 계기로 초등학교에는 이병기 시인의 흉상을 세워졌다. 설레는 기대감을 갖고 바쁜 걸음을 재촉하여 학교를 찾아갔는데 교문 앞 왼쪽 화단 앞에 세워진 ‘가람 이병기 박사상’을 보니 가슴 한구석이 허전하다. 신축된 교사와 달리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뎌온 흉상은 퇴락하여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익산서동축제 - 서동과 선화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익산서동축제는 1,300년 전 국경을 초월한 서동, 선화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재현하는 축제로 매년 10월에 열린다. 원래는 마한민속예술제였으나 2005년부터 축제 이름을 서동축제로 바꾸고 자매 도시인 경주에서 선화 공주를, 익산시에서는 서동 왕자를 선발하여 혼례식과 무왕 즉위식, 무왕 행차 등의 역사를 재현하는데 중앙체육공원, 미륵사지, 솜리문화예술회관등 익산시 일원에서 열린다. 기념 행사인 무왕 제례를 비롯하여 무왕 천도 행렬, 무왕의 전기로 만든 연극 공연, 해외 민속 공연, 드라마 ‘서동요’ 세트장 등을 관람할 수 있다. 또한 백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맛동마을 체험관에서는 백제 문양 탁본과 백제 병영 등 다채로운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다. 안영선 용인 성지중 교사 

♤ 문학답사를 위한 여행 코스
익산 도착 ⇒ 수우재 ⇒ 이병기 동상 ⇒ 이병기 묘소 ⇒ 여산남초등학교(문학비) ⇒ 여산초등학교(이병기상) ⇒ 서동 공원 ⇒ 익산 출발

♤ 가는 길
⊙ 고속버스(서울-익산): 매일 33회 운행 (요금 11,800원) 소요시간은 약 2시간 50분.
⊙ 기차(서울 용산-익산): (용산-익산) 매일 24회 운행 (요금 무궁화호 성인 15,500원)
    소요시간 약 3시간 10분.
⊙ 승용차(서울-익산): 서울에서 출발하여 천안 JC와 논산 JC와 익산 나들목 지나 원팔봉삼거리에서 익산대학오거리로 진입하고 상공회의소사거리와 시청사거리를 지나 익산으로 진입함

♤ 문의 사항
익산시청 문화관광과=(063) 859-5874 익산시 여산면사무소=(063) 836-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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