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시행돼 온 현행 상대평가 방식의 중·고교 내신제도가 2014학년도부터 6단계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뀐다.
절대평가 6단계 가운데 학업 성취도 최하위권에는 'F' 단계가 부여돼 특정 교과목에서 F단계를 받은 학생은 재이수를 해야 졸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일부 대학이 입시에서 내신 등급제가 사라진 것을 악용해 특정 고교 출신을 우대하면 자칫 '고교등급제' 논란이 되살아나고 고교에서 무더기로 후한 점수를 주는 '내신 부풀리기'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많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진통이 우려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18일 한국교총빌딩 다산홀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중·고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 정책연구 시안을 발표하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 교육청, 대학입학처 관계자, 일선고교 교사, 학부모단체 관계자 등의 여론을 수렴하는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시안에 따르면 올해 중학교 1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4년부터는 고교 내신이 현행 9등급 상대평가 방식에서 A-B-C-D-E-F의 6단계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된다.
또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2014년 중학생이 되면 내신이 현행 수-우-미-양-가 5단계 평가방식에서 역시 A-B-C-D-E-F 6단계로 매겨진다.
지난달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학생, 학부모, 교사 등 119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73.8%가 절대평가 도입에, 71.5%가 교과목별 재이수제 도입에 찬성했다고 교육개발원은 밝혔다.
교육개발원은 이처럼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성적 부풀리기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성적표는 석차, 재적수 및 원점수·평균·표준편차 등을 적는 현행 방식을 유지할 것을 제안했다.
성적관리 부실학교에는 기관주의·경고 등의 불이익을 주고 과도한 성적 부풀리기를 한 교원은 성적 관련 비위 행위로 간주해 처벌하는 등 징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 대학이 각 고교의 성적 관리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시·도교육청이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등을 활용해 관리·감독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제안했다.
중고교 모두 특정 교과목에서 F단계를 받게 되면 계절학기나 방과 후 수강, 특별과제 수행, 특별시험 응시 등의 방법을 통해 해당 과목을 1회에 한해 재이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재이수제는 절대평가와 같이 2014년 전면 도입하되 일부 교과목은 내년부터 시범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개발원 측은 밝혔다.
시안은 또 ▲2014년까지 모든 중·고교에 교과교실제 설치 및 진로진학상담 교사 배치 ▲2012년 모든 고교의 기초·심화과정 개설 ▲2013년까지 단답형 문항이 배제된 서술형 비율 40% 수준으로 확대 ▲수업 연계방식의 수행평가 도입 등도 제안했다.
최근 도입된 마이스터고와 관련해서는 성적 평가방식을 학점제 운영도 가능하도록 완전 자율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교과부는 "이번 시안은 아직은 정책 연구진의 의견"이라고 전제하면서 "연구진의 최종안이 나오는 대로 정부 차원의 공청회를 열어 올해 안으로는 정부 방침을 확정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