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아야 할 수석교사들이 일부 시도, 학교의 인식 부족으로 여전히 천덕꾸러기 신세를 못 면하고 있다. 시범운영만 4년째지만 법제화가 안됐다는 이유로 ‘사정에 따라’ 원칙 없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 전국 수석교사들은 여전히 담임·보직까지 맡고 일반 사무를 강요받거나 보결수업을 떠맡는 등 엉터리 시범운영에 시달리고 있다.
수석교사를 별도 정원으로 배정하지 못하고, 기존 정원을 잠식하는 식으로 끼워 넣는 인사 운용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러다보니 수석교사는 기존 교사들의 수업, 업무분장 상 피해를 주는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담임, 부장을 강요받고 과도한 수업을 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충북의 한 수석교사는 “수업 적다고 교무, 연구부장 등을 종용받은 수석들이 많다”며 “부장할 거면 애당초 승진 생각했지 수석했겠느냐”고 개탄했다. 경기도의 한 수석교사는 “학교 사정으로 담임을 맡고 수업도 주당 25시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 등 대체 강사비를 4시간만 책정한 시도의 경우 어려움은 더 크다. 일부 학교는 줄여 준 수업을 동료교사들에게 전가해 불만을 사고 있다.
충북, 울산 등이 수석교사 배치 학교에 정규 교원이나 기간제 교사를 추가 배치해 고충을 덜어주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또 경기, 인천 등의 학교에서는 수석교사를 보결수업에 활용한다. 서울의 한 수석교사는 “면전에서 아무 도움 안 되는 수석교사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투정을 들을 때는 할 말을 잃는다”고 토로했다.
저경력·신임교사 멘토링, 교사들에 대한 수업 컨설팅, 자료 개발·제작 등 수석교사 고유업무를 위해 담임·보직을 배제하고, 수업을 50% 줄이라는 교과부의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는 무기력한 교과부도 한 몫 한다. 교원평가 지침을 어기면 직무이행명령을 내리고, 행·재정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것처럼 시도평가, 학교평가에 반영하는 등 보다 철저한 지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남의 한 수석교사는 “손발을 묶고 활동시키는 건 교과부, 시도, 학교인데 그 비난과 책임은 고스란히 수석들이 져야 한다”며 “큰 꿈을 펴기는커녕 미운오리가 된 후배 수석들 보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