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지난 2000년 제1회 OECD 학업성취도국제비교연구(PISA)에서 선진국 중 최하위 성적을 기록하면서 국가 전체가 PISA 쇼크에서 휩싸였다. 그때부터 독일 교육계는 빠르게 지각 변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전의 독일 교육은 평가의 다양성과 개별성 때문에 PISA의 결과만 가지고 하향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없지 않았다.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교육도 각 주의 소관이기 때문에 주마다 학습 과정이나 목적, 평가 방법 뿐 아니라 수능 시험 격인 아비투어의 출제 방식도 각기 달라 일괄적인 비교를 할 수 없다.
일례로 독일 교육의 저평가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주가 바이에른이다. 바이에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독일 전체 평균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보수 연정이 집권했던 바이에른은 경제적으로도 독일에서 가장 잘사는 주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 회사인 BMW와 가전제품사인 지멘스(Siemens)의 본사가 있는 곳이며 26개 대학과 21개 국책 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는 독일의 산업 브레인이다.
68 문화혁명 이후 많은 주가 경쟁 없는 인격 교육과 탈권위․탈주입식 교육에 골몰할 때 바이에른은 아비투어 공동 출제 방식을 통해 상호 간 비교 우위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경쟁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독일에서 평균 성적이 가장 높은 바이에른 주의 교육 기회가 가장 불평등하다는 통계는 이러한 교육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슈피겔의 보도에 의하면 바이에른은 다른 주보다 고소득 상류층 학생의 아비투어 합격률과 김나지움 진학률이 저소득 노동자 계층보다 6.65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돼 두 계층 간의 차이가 독일에서 가장 극심한 지역으로 밝혀졌다. 결국 바이에른 교육의 성공이라는 것은 상류층 자녀들의 경쟁력이었다는 결론이다.
이러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저평가된 독일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또한 바이에른식의 경쟁이다. 그 경쟁의 중심축이 아비투어 시스템이다.
바이에른이 오래 전부터 채택했던 아비투어 방식은 바덴뷰텐베르크 주와의 공동 출제 방식이었다. 그 결과 바이에른은 PISA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나타냈고 국가 간 순위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바덴뷰텐베르크와 바이에른을 제외한 다른 주의 아비투어는 학교별로 출제하고 그 학교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채점했다. 때문에 바로 이웃 학교와도 우위를 비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학교 간 경쟁이 불가능했다.
그러던 것이 2000년 이후 교육 개혁으로 주에서 직접 관장하는 ‘젠트랄아비’라는 중앙관리형 아비투어가 도입됐다. 이제 학교 간 순위 다툼도 전혀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시류에 빠르게 편승하지 못하는 독일인의 특성 때문인지 아직 큰 변화가 감지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젠트랄아비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최근엔 한국과 같이 연방 차원에서 아비투어를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 나오고 있다. 여론 조사에서도 79%의 독일인이 통일된 아비투어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독일에서 수준이 가장 높은 ‘남부 아비투어’, 즉 바이에른, 바덴뷰텐베르크 주와 여타 중·북부 지역 주들의 견해차다. 바이에른은 시험 수준을 내릴 마음이 전혀 없고 다른 주도 수준을 올릴 수 없다고 하니 조율이 쉽지 않은 것이다. 독일인이 어떤 선택을 할지 경쟁을 도입한다고 이들의 기본 교육 이념이 변화될 것인지 지금은 그 어떤 것도 추측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