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반에 어떤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 왔다. 본인의 아이가 어제 과학 선생님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는데 학부모입장에서 벌점을 받을 만한 행동이 아닌 것 같다고 이의를 제기하기 위함이었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함에 있어서 편견을 가지고 지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학교를 찾아 온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잘못을 안 했는데 왜 벌점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평소 학교에서의 생활태도와 행동에 대해 말하자 이해가 가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남기고 돌아갔다.
요즘은 학교에서 학생이 잘못을 해 학부모에게 전화를 해도 학부모의 반응이 제 각각이라 조금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한 학부모는 “뭐 그런 거 가지고 저한테 전화를 하세요?”라고 반문을 했다. 학부모에게 이유를 설명했지만 전화를 왜 자기한테 했냐고 반문을 하는 학부모에게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교사가 학생을 올바르게 지도하기 위해 자식을 키우는 부모에게 전화를 해야지, 그럼 누구한테 전화를 해야 할까? 이러한 학부모의 무례하고 무관심한 태도는 교사에게 더 잘 지도하고 싶은 의욕을 상실하게 만든다.
한번은 학급의 학생이 친구에게 장난을 쳐서 조금 기분을 나쁘게 한 상황이 있었다. 그래서 잘못한 상황을 전화상으로 학부모에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학부모는 “왜 그걸 지금 이야기하느냐?” “학생이 잘못했으면 바로 바로 전화를 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래서 “어떻게 매번 학생이 잘못을 하면 전화를 할 수 있느냐?” 교사가 여러 가지 상황을 지켜보고 교육적으로 학부모에게 효과가 있을 때 전화를 한다고 이야기하자 잘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교사는 학생이 잘못을 했을 때 바로바로 학부모에게 전화를 하지는 않는다. 먼저, 교사가 학생이 잘못을 했을 때 지적과 훈계를 하고 앞으로 고쳐지는 상황을 보고 신중하게 전화를 한다. 왜냐하면 누구나 한두 번은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교사는 결코 아이들을 잘못되게 지도하거나 개인적인 감정으로 다루지 않는다. 따라서 학부모도 자신의 아이를 올바로 지도하게 하기 위해서는 교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믿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자녀가 학교에서 혼이 나서 집에 왔을 때, 아이 편을 들어주기 보다는 아이와 대화하면서 잘못된 점을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학부모와의 전화 통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 교사와 학부모간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소통이라는 것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믿음과 존중이 바탕이 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정한 학부모라면 교사에게 믿음을 주고, 지지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학교에서의 교육만으로 학생을 변화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식을 학교에 전적으로 맡길 것이 아니라 집에 있을 때는 부모님이 먼저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요즘 청소년들은 집에서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고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이다. 즉, 부모로서 가정에서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너무 자녀의 말만 믿지 말고 교사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넉넉한 믿음이 필요하다.
그래서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믿어주고 끌어주는 자연스러운 관계가 성립이 될 때 아이들과 함께 하는 행복한 한 해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서로 믿어주고 지지하는 관계가 성립이 될 때 진정한 소통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