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영화를 보며 말을 동경하게 된 소년의 꿈이 40년 만에 이뤄진 셈이죠. 애마를 타고 들길을 달리면 카우보이 백마 탄 왕자도 부럽지 않습니다."
오직 출연 마(馬)가 멋있어 `태조 왕건'을 본다는 한영수 교장(62·경기 양영중). 그는 매일 퇴근 후면 애마(愛馬) `해피'가 있는 하남시 교산동의 한 승마장을 찾는다. 한 교장 등 10명의 동호회 회원들이 공동으로 자마(自馬)를 사육하고 승마를 즐기는 곳이다.
"하루라도 해피를 안 보면 섭섭해서요. 1시간 정도 승마를 하는데 들길을 거닐며 풀을 먹이다가 이내 힘껏 달리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합니다."
한 교장이 승마와 인연을 맺은 것은 6년 전 과천 승마장에서 기초과정을 이수하면서다. 그때까지는 민속촌, 제주도 등 관광지에서 한 두 번 갈증(?)을 해소했을 뿐이다.
그러다 97년 안성 죽산중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기회가 왔다. 학교 바로 옆에 종마장이 있었던 것이다. 외로움을 타던 관리인의 술 동무가 되면서 매일 종마장의 말들을 골라 타는 횡재를 누릴 수 있었다.
99년 지금의 양영중으로 와서는 전국 최초로 중학교 승마부를 창단하며 아이들과도 꿈을 나눴다. 신갈 승마장에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말을 타는 일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올 4월 꿈에도 소망하던 自馬 `해피'를 맞은 한 교장. 하루걸러 찾아오면 그에게 얼굴을 비비며 응석까지 부리는 녀석이 이제는 한 식구처럼 여겨진다. 주말이면 해피와 함께 마장을 떠나 들길, 오솔길로 외승(外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가끔 은 헬멧과 부츠, 승마복을 갖춰 입고 찻길로 나와 지나가는 사람들의 부러워하는 눈길에 한껏 도취되기도 한다.
"승마를 하면서 심신이 단련되고 행복해졌어요. 그래서 녀석의 이름도 `해피'라고 지었죠. 승마는 특히 허리 운동이 많이 돼 뱃살이 빠지고 장도 무척 좋아진 것 같아요. 그래서 남성보다 여성분들이 많이 하는가 봅니다."
처음에는 기술이 서툴고 잘 놀라는 말의 성질을 몰라 여러 차례 떨어지고 말과 함께 쓰러졌다. 하지만 지금은 산비탈도 여유 있게 달린다.
"사극에서 장수 역할을 맡겨도 자신 있다"는 그는 "방송사에서 부를 때가 됐는데…"라며 종종 친구들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한 교장은 이제 만나는 사람마다 승마를 권유한다. 부유층만의 귀족운동도 아니고 차분히 단계적으로 배우면 낙마의 위험도 크게 없다고 말한다.
그는 "3, 4만 원짜리 1회용 쿠폰을 끊어 연습하거나 월회비 30만원에 즐길 수 있는 곳도 많다"며 "남다른 스포츠를 즐기면서 건강도 얻을 수 있으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한 교장은 문화관광부 체육진흥국에서 실시한 생활체육승마 3급 지도자 실기시험에 당당히 합격해 60시간의 연수까지 받았다. 정년퇴직 후 할 일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는 "초보자와 청소년들의 승마지도에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것이 말하기도 부끄러운 꿈"이라고 넌지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