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내년 예산안에 '학교 무상급식'항목을 신설할지를 놓고 김문수 지사와 도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고영인 대표가 담판 자리를 마련했으나 서로 의견차만 확인했다.
고 대표는 27일 오후 정기열 수석부대표 등 민주당 대표단과 함께 김 지사 집무실을 찾아 "무상급식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결과에서 보듯 시대의 흐름"이라며 "내년도 예산안에 무상급식 항목을 신설하고 예산을 투여해달라"고 요구했다.
고 대표는 "도에서는 가용재원이 줄었다고 하지만 상당히 엄살을 피우는 것 같다. 재정이 어려운 시ㆍ군에서도 무상급식비의 50~70%를 지원한다"며 "김 지사의 의지와 결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내년 전체(초등학교와 중학교 2~3학년) 무상급식비의 30% 1천300억여원을 도에서 지원하기를 희망하지만 무상급식 항목이 신설된다면 액수는 탄력 있게 조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학교급식은 교육청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라며 "공휴일이나 방학 등 수업이 없는 233일의 급식을 우리가 책임지고 있다. 오히려 의회에서 학교 안갈 때 아이들이 방치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응수했다. 김 지사는 "올해부터 교육청 가용재원이 도보다 많아 거꾸로 도움을 받게 생겼다"면서 "어린이집 보육, 무상예방접종 등 내년 복지예산을 놓고 순위를 매겨봐야 한다"며 고 대표 제안에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 올해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초등학교 무상급식비 분담비율을 교육청 40%, 도 30%, 시ㆍ군 30%로 해 도가 780억원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기국제보트쇼 등 도의 역점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도를 압박했다.
이에 도는 역점사업 예산을 살리는 대신 친환경 학교급식 예산을 당초 58억원에서 342억원 늘어난 400억원으로 확대 편성, 해당 예산을 시ㆍ군에 지원해 무상급식 예산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선에서 민주당과 타협한 바 있다.
민주당이 올해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무상급식 항목 신설을 요구했지만 김 지사가 거부함에 따라 내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또 한차례 충돌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