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회째를 맞는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여전히 학교 현장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원평가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교육감이 직무연수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교원의 능력을 진단하는 평가로 동료 평가, 학생 만족도 조사, 학부모 만족도 조사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학교현장에서는 교원평가가 아직은 학부모들에게 충분히 홍보되지 않아 평가에 참여하게 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교원 간의 동료 평가도 제대로 정착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원평가 전면 재편을 요구하는 학부모ㆍ교사 2만2천493명의 선언문을 교과부에 전달하고 지부별로 취합한 교원평가 파행 사례를 공개했다.
전교조 임정훈 대변인은 "학교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컴퓨터실에 모아놓고 교원평가를 하게 하거나 가정통신문, 문자, 전화로 학부모 참여를 독려하게 하는 등 교사에게 압박을 가한다"고 주장했다.
사례를 보면 인천의 A학교는 "교원평가 학부모 참여율이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되고, 시도교육청별 차등 예산이 지급된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냈고 참여를 하면 학부모 확인 사인을 해서 학교에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전교조는 교원평가가 학교현장에 비인간적인 경쟁을 부추긴다는 입장에서 도입 초기부터 거부운동을 벌여왔으며 지난 9월에는 동료평가를 거부하라는 지침을 조합원들에게 보낸 바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학부모들이 교사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자녀나 다른 학부모에게서 들은 얘기를 바탕으로 평가를 한다"며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교사들의 불만"이라고 설명했다.
또 "학생들이 중간고사 시험문제를 어렵게 내거나 엄한 교사에게 좋은 점수를 주지 않겠다는 얘기를 하는 등 교원평가가 인기영합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명중학교 김창학 교사는 "교원평가 입력시스템이 공인인증 등 로그인 절차가 복잡하고 교장, 교사 포함해서 평가대상이 10명 이상이어서 학부모 처지에서 상당히 복잡하다"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과 평가 영역이 개발돼야 제대로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제대로 된 교원평가를 하기 위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평가해야 돼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남영주 동북부지회장은 "학부모들이 담임을 제외한 다른 과목 선생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공개수업을 1년에 한 번 참관한 것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남 지회장은 "수업을 일상적으로 참관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딱 하루가 정해지는데 마침 그날 체육이나 음악이 걸리면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좋은학교만들기 학부모모임 황조원 조직국장은 "교원평가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 보니 학부모들이 교사에 대해 안 좋은 평가를 할 경우 평가내용이 알려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끼는 등 참여를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또 "교원평가는 학부모들이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인데 평가를 위한 정보가 부족해서 잘 모르는 교사에 대해 평가를 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초등생 자녀를 둔 서울의 한 학부모는 "평소 교원평가에 대해 관심이 없었지만 학교 측이 참여하라는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내 아이가 혹시 불이익을 당할까 봐 억지로 참여했다"고 털어놓았다.
중학생 자녀가 있는 또다른 학부모는 "막상 나이스의 교원평가 입력시스템에 접속해보니 교장, 교감과 담임을 비롯해 10여명에 달하는 과목별 교사들을 평가하도록 돼 있어 난감했다"며 "개별 교사에 대한 정보가 적어 모든 교사에 대해 '보통'이라고 표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