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체벌금지, 두발ㆍ복장 자율화 등의 내용이 담긴 '서울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재의 요구를 하겠다는 방침을 굳히고 재의 요구의 근거를 막판 고심하고 있다.
8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오는 9일 서울시의회에 `서울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재의 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하고 재의 요구 사유를 최종적으로 다듬는 등 주말과 휴일까지 막판 법률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 시한인 9일 오전 11시 이전까지는 보도자료를 내고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장학지도를 단위 학교의 학칙으로 정하도록 규정한 상위법인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과 충돌하고 학교 현장에 큰 혼란을 가져와 공익을 침해할 수 있음을 근거로 재의 요구를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서울교육청 법무 담당 부서에서 '학생인권조례가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져 교육청은 상위법과의 충돌 여부 등에 대해 외부에서도 의견을 듣는 등 보다 면밀한 검토를 하고 있다.
교육청의 재의 요구로 시의회가 재의결에 들어가면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진보ㆍ보수 단체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는 등 교육계와 교육 현장에 큰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71조에 따르면 서울교육청이 9일 서울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재의 요구를 하면 시의회가 부득이한 사유가 없을 경우 재의 요구서가 도착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이를 재의결에 부쳐야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폐회 중 또는 휴회 중인 기간은 이를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고 임시회가 2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어 재의를 안건으로 부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 재의에 들어갈 경우 의결요건이 더 엄격해져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지난번 조례 통과 시 민주당이 조례 제정을 당론으로 정한 상황에서도 재석 87명에 찬성 54명, 반대 29명, 기권 4명 등 민주당의 이탈표가 나왔기 때문에 요건이 더 엄격한 재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지난번에 한차례 당론으로 통과시킨 조례인 만큼 이번에도 당 차원에서 힘을 합쳐 반드시 재의결하겠다는 분위기다.
시의회가 재의결하더라도 교육감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할 경우 재의결한 날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 후보매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곽노현 교육감의 1심 선고가 19일로 예정돼 있어 재판 결과에 따라 교육청이 재의 요구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변수도 있다.
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 방침이 알려지자 조례를 통과시킨 서울시의회 측과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주장해 온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의회 교육위 소속 한 의원은 "이대영 교육감 권한대행이 행정사무감사에서 조례를 공포하겠다고 답해놓고 이를 번복하는 것은 교육자로서의 태도가 아니다"며 "교과부가 인형극을 하는 것처럼 (이 권한대행에게) 줄을 매달아 장난을 치면 앞으로 교과부 사업을 서울교육청을 통해서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