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책을 좋아했으면 하는 바람은 교사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바람이다. 수십 권짜리 고가의 도서를 비치해둬도 학생이 흥미를 보이지 않으면 애물단지가 된다. 학생들에게 책 읽는 것을 강요하게 되면 오히려 책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게 되므로 좋지 않다. 특히 국어수업의 경우 더더욱 학습의 근간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독서섭렵은 친근한 독서환경과 직결될 수 있다. 국어 시간을 활용한 독서교육 노하우를 담아봤다.
국어실력을 향상시키려면? 독서 필요 53%
학기당 2회 교과서 대신 일주일 독서 수업
■ 서진석 경기 효양고 교사의 독서토론논술수업
학년 초 국어수업과 관련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국어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노력’에 대해 ‘풍부한 독서’(53%), ‘생각하는 힘’(20%)이 높게 나타났지만 ‘국어학원에 다니는 이유’에 대해서는 ‘교과서 정리와 문제풀이 연습’을 높게 택해 모순이 발견됐다. 또 ‘국어시간에 도움 받고 싶은 점’에 대해 ‘교과서 정리’(27%), ‘독서’(24%) 다음으로 ‘사고력’(20%)으로 나타났다. 설문에서 얻은 결과는 학생들은 국어시간에 교과수업 외에 독서를 통해 폭넓은 사고형성을 원하는 것이었다.
서 교사는
‘책 읽어라’ 하지 말고 책 읽을 여건을 만들었다. 학기당 2회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대신해 일주일간 4시간의 독서 시간을 부여하고 방과후 보충수업을 활용해 독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 것이다. 그 결과 학년말 학생 1인당 5.5권을 읽는 성과를 이뤘다. (397명 기준)
‘읽을 책’부터 손에 쥐어 줬다. 성장소설을 중심으로 도서 50여권을 구입해 부교재 구입비용으로 인한 부담을 줄여줬다. 학교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필요서적을 구입해 수업시간에 소개하고 비치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랬더니
적극적인 학생 호응 뒤따라 왔다. “평생 책 한번 읽지 않았는데, 1년 동안 10권이나 읽어서 좋았다.” “같은 책을 여러 명이 읽어 서로 이야기 할 수 있어서 더 친해진 거 같다.” “평소에 책 안 읽다가 국어시간에 읽는 습관이 들어서 올해 가장 많이 책을 읽었던 한 해가 된 거 같아요.”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서 교사는 학생들이 원하는 폭넓은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원형극장형 독서토론 논술수업’을 좋은 사례로 꼽았다.
▨ 원형극장형 독서토론논술수업=‘다양한 관점과 해석 그리고 거짓말’이라는 주제의 국어수업 시간. 아이들은 ‘같은 대상을 관찰한 사람이 과연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인가’라는 교사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골똘히 고민한다. 뉴스, 가요는 물론 ‘도널드 닭’, ‘광수생각’과 같은 만화, 소설 ‘갈매기의 꿈’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아이들은 답을 찾는다. 사고력은 보고(그림, 사진, 만화, 영화 등), 듣고(노래, 친구의 말 등), 읽고(책, 신문기사, 칼럼 등), 말하고(자신의 견해), 쓰는(일기, 감상문, 논술문 등) 과정을 거쳐 영글어질 수 있다. 주제에 접근할 수 있는 소재를 ‘낮은 계단’에 비유한다면 이를 원형극장처럼 둥글게 펼쳐줘 정해진 방향 없이 다시 테두리 안으로 들어 올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단행본 읽혀본 경험이 없다면 ‘발췌독’부터
학생 스스로 질문거리 만드는 능력 키워야
■ 박혜숙 울산 다운고 교사의 발췌독으로 책 만나기
“아이들이 책과 인연의 장을 넓혀가고 습관을 잡을 수 있는 시기는 학년 초”라고 강조하는 박 교사는 “국어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책’이란 매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의식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 발췌독=국어시간에 단행본 한 권을 읽혀본 경험이 없다면 발췌독으로 접근하면 좋다. 아이들과 함께 읽기 좋은 글을 인쇄해 수업자료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허난설헌의 ‘규원가’ 를 수업한다면 신영복 선생이 쓰신 ‘나무야 나무야’ 에 실린 ‘비극은 그 아픔을 정직한 진실로 이끌어줍니다-허난설헌의 무덤’과 함께 제시한다. 교사는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을 비교하며 결국 그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인물에 대한 후대의 평가가 달라짐을 지적하고 논의하게끔 한다. 학생들은 두 글을 함께 접하면서 ‘규원가’를 현재에도 의미 있는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공을 키울 수 있다.
▨ 작품 읽고 토론하기=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은 분량 제한으로 전문이 실린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아이들이 작품을 온전하게 읽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느낌을 가지는 경험하기가 쉽지 않다. 이 경우 단편소설이라면 작품 전체를 인쇄물로 만들어 작품 전체를 읽게 한다. 이렇게 만난 작품은 징검다리가 돼 아이들은 그 작가의 소설집이나 다른 장편소설을 찾아 읽기도 한다.
또 가급적 수업시간을 활용해 작품을 읽게 하고 아이들 스스로 작품 이해를 위한 질문거리를 만들어 보게 한다. 질문 작성을 위해 아이들은 작품을 더 깊이 읽으려고 노력하게 되고 질문의 수준도 높아진다. 질문거리 작성이 끝나면 칠판에 적도록 한다. 모둠별 혹은 개인별 질문거리를 칠판에 다 적은 후에는 전체 질문거리를 살펴보고 작품을 잘못 이해해서 만든 질문을 찾아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은 아이들 스스로 질문거리를 보고 만드는 능력을 키워준다. 이 과정이 끝나면 각 모둠별로 토론할 질문거리를 선택해 모둠별로 토론하고 모둠활동지에는 주고받은 이야기를 기록하게 한다. 토론이 끝나면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때 발표에만 치중하게 되면 다른 모둠의 발표 내용을 놓칠 수 있어 교사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
이 경우 발표를 할 때 이전 모둠의 발표내용을 요약한 후 자기 모둠의 토론 결과를 발표하게끔 해야 한다. 그리고 발표 내용에 대해 다른 모둠원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변을 위해 모둠 간 토론을 한다. 매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듣기능력은 물론 작품을 바라보는 통섭력이 향상될 수 있다.
“3단계 지도로 생각 심화시켜요”
▨ 남양중 김영희 교사의 감상문 지도법경기 화성 남양중 김영희 교사(29․
사진)는 “책을 읽고 난 후 다양한 형태의 독서 감상문을 쓰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아이들의 창의력을 증진시키고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입시부담이 비교적 덜한 중학생 시절이야말로 다양한 도서를 접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강조하는 김 교사의 효과적 독서 감상문 지도법을 들어봤다.
- 독서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수업시간에 우연히 감상문 쓰기 활동을 하던 중 교사가 방향을 조금만 바꿔줘도 아이들의 생각과 글 쓰기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돼 방식을 바꿔가며 3년 간 진행했다.”
- 어떻게 지도방식에 변화를 주었나.
“첫 해는 독후감상문 쓰기의 기본에 충실해 기틀을 마련했고 이듬해엔 모둠토론을 실시한 뒤 보고서를 작성해 논리성을 키웠다. 3년 차엔 비평문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심화시키는데 주력했다.”
- 독후감상문 쓰기 지도 어떻게 하나.
“감정을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해 표현하되 특히 어느 장면에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내 경험과 비슷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등을 꼭지를 정해 기술하도록 했다. 감상문은 최소 두 차례 받아 점검하는 것을 권한다. 1차 감상문은 자필로 해 자료 퍼옴 현상을 방지하고 2차 글은 워드작업으로 하는 게 좋다. 워드작업은 수정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고 수정이 용이해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좋다.”
- 토론보고서 작성 시 중요한 것은.
“비평을 제대로 하려면 객관적 자료를 준비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보다 ‘말’이 더 친숙한 아이들에게 모둠토론은 효과적이다. 토론을 통해 어떤 자료가 좋고 자신이 모아온 자료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같은 책을 읽은 아이들끼리 토론을 한 후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 비평문이 토론보고서와 다른 점은.
“비평 소재를 책으로만 한정할 경우 흥미도가 떨어질 수 있다. 게임, TV 프로그램, 영화 등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관심을 유도한다. 예를 들어 ‘100분토론’을 보여주고 ‘이것을 글로 옮기면 비평문이 될 수 있다’고 알려주는 거다. 비평문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자료를 수집‧활용하는 것이다. 국어수업 중 2시간을 자료수집에 할애하고 도서관에서 수업진행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료는 복사하거나 출력해 공책에 붙여 글 쓸 때 확인하도록 한다.”
- 교사로서 요구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아이들의 호응을 걱정해 주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려보다는 잘될 거라는 교사의 확신과 도전정신이 중요하다. 다양한 비평소재에 대해 아이들과 깊이 있게 소통하려면 사회 저변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지식이 필요하다.”
- 가장 중요한 과정을 꼽는다면.
“독후감, 보고서, 비평문 등 모든 방법에 있어 교사의 첨삭은 지도과정의 ‘꽃’이다. 성실한 첨삭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의 방향과 글의 깊이는 달라질 수 있다. 비평문은 감상문에 비해 보다 객관적인 글이므로 표현에 대한 객관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