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0 (금)

  • 흐림동두천 -15.9℃
  • 맑음강릉 -9.0℃
  • 맑음서울 -11.6℃
  • 맑음대전 -12.7℃
  • 맑음대구 -10.6℃
  • 맑음울산 -10.9℃
  • 맑음광주 -10.0℃
  • 맑음부산 -9.3℃
  • 흐림고창 -11.9℃
  • 제주 1.4℃
  • 맑음강화 -13.6℃
  • 흐림보은 -16.4℃
  • 흐림금산 -15.2℃
  • 맑음강진군 -7.2℃
  • 맑음경주시 -11.1℃
  • 맑음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교양

<책과 세상> 투표참여=인간의 중요한 행복 추구권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나는 정치와 정신과는 별개로 알았다. 또 그렇게 배웠다. 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상대적 거대담론인 정치와 개인의 정신질환을 치유하는 정신과는 스테이크와 짜장면만큼 서로 멀리 떨어진 다른 동네다. 그런데 제임스 길리건이라는 정신과 의사가 보수가 집권하면 자살과 살인이 급증한다고 주장을 하는 책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를 냈다. 이 사람 정치하려고 하나 싶었는데, 하버드대학 교수를 무지 오래한 사람이고, 지금도 뉴욕대 정신과에서 근무하는 노교수였다.




지금까지 자살과 살인의 원인을 푸는 것은 주로 개인의 문제가 중심이었다. 자살의 원인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70%라는 것, 또 뇌척수액에서 신경전달물질의 전구체가 상승되어있는 것과 같이 생물학적 개인의 취약성을 찾는 것이었다. 자살 예방도 개개인의 위험성을 통제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살인은 어떤가.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신경생리적 특성이나, 뇌의 기능과 구조의 차이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있었다. 한 마디로 살인을 일삼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보통사람과 확연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려는 노력이 아니었을까?

저자 제임스 길리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오랫동안 메사추세츠 주립 교수도의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범죄예방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한 통계자료를 접했다. 1900년부터 2007년까지의 공식통계에서 이상하게 자살률과 살인률이 같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경향성을 발견한 것이다. 통계자료의 곡선에서 세 번의 피크와 거기에 이은 세 번의 평균값보다 낮은 시기를 발견했다. 그걸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변수들을 넣어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집권당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발견했다.

공화당이 집권한 시기에는 임기초반부터 서서히 늘어 임기 말에 정점을 찍었다. 평균보다 인구 10만 명당 19.9명이 증가했고, 반면 민주당이 집권한 48년 동안을 모아보니 감소분이 18.3명이었다. 가상적으로 공화당이 계속 집권했다면 11만 4천명이 더 죽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할 지경이었다. 그는 정치적인 인물이 아니고, 오랜 세월 정신의학을 전공해온 학자였다. 사회적, 정치적 의미로 과학적 발견이 해석되는 것을 경계해온 사람이었다. 결국 그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었고, 왜 그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었는지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그는 정책적 면에서 공화당의 정책은 1%의 상류층의 권익을 보호하는 경향으로 가며, 중산층과 하류층은 서로를 경계하게 하는 정책을 써서 분열을 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면서 자살과 살인률이 늘어났다. 이에 대해 복지혜택을 받는 것을 마치 나태하고 능력이 없는 것과 같은 분위기로 몰고 가서 수치심을 갖게 하는 면도 지적한다. 그는 강한 죄의식은 폭력을 억제하지만 수치심이 강해지고 이를 위한 복수나 명예회복은 강한 폭력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해석했다. 수치심이 늘어나는 과정을 상대적 박탈감, 실직률의 증가 등 다양한 통계치를 바탕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고백하기를 자신도 처음에는 이런 식으로 자살과 살인률의 증가를 설명하게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정치라는 것, 한 표를 행사한다는 것이 그냥 몇 년간 마음에 드는 정권이 나라를 운영하는 정도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가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행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나라는 어떤지 궁금해졌다. 지난 몇 년 사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03년 10만 명당 23명에서 2010년 31명으로 급격히 늘어 OECD국가 평균인 11.3명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 대검찰청의 범죄분석자료에 의하면 우발적 살인사건이 2005년 319건에서 2009년 576건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그렇다면 상대적 박탈감은 어떨까? 역시나였다. 한국도 지난 5년간 상위 20%와 하위 20%사이의 소득격차가 5.38배에서 5.73배로 증가했고, 중위 소득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비율로 보는 상대적 빈곤율이 14.3%에서 15.2%로 증가했다. 그리고 복지정책의 확대는 포퓰리즘으로 공격받는다. 한국은 정서적 차이로 살인률보다는 자살률이 더 급격히 증가하고 있을 뿐 전체적 경향은 대동소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그냥 미국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먼 나라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이며, 책에서 해결책으로 제시하듯 투표참여란 인간이 할 수 있는 중요한 행복 추구권이다. 
배너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