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후 통합진보당 의원이 25일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폐지를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히는 등 전교조와 진보교육감,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까지 나서 26일 치러질 학업성취도 평가를 두고 연일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 대다수 교원들이 학업성취도 평가의 문제점은 개선돼야 하지만, 평가는 필요하다는 입장임에도 국가가 법률로 정한 시험을 교육감까지 거부하고 나서는 것은 교육현장의 혼란을 부추겨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1일 교총에서 열린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개선을 위한 TF회의에서도 이런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서울 S고 교장은 “학업성취도 평가 반대는 평가의 목적 자체가 다른 일반적인 평가와 혼동해 생긴 일”이라며 “국가가 예산을 투자해 학교·교원에게 교육을 맡겼다면 교육성과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평가해 파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에 맞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 인데 일부 집단이 본질을 흐리는 데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 진정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서울 J중 교사도 “교육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시도교육청평가, 학교평가, 학교장평가 등 성과급에 반영하는 등 지나친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평가에 반영하기보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지원이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기초학력 미달학생을 위한 지도나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는 학교는 거의 없다”면서 “학업성취도평가를 ‘기초학력미달 제로’를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면 학생 보충지도비 현실화, 보정교육 프로그램 등의 지원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S초 교장은 일부 교육감의 모순된 발언을 언급했다. “교육감이 앞에서는 성취도평가를 반대하고 뒤에서는 학업성취도가 작년보다 올랐다며 올해는 더 올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 또한 인기에만 영합하는 직선 교육감의 병폐”라고 꼬집었다. 그는 “ 내가 가르치는 학생과 내 자식의 객관적 성취도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심리”라며 “말하지 않는 다수가 아닌 목소리 큰 자들이 대선을 앞두고 이슈 선점을 위한 정치적 공세에 학교와 교사, 학생이 휘둘리고 희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 일반화하기 어려운 해외사례를 전체인양 호도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주마다 천차만별인 미국은 전수평가를 하는 주가 더 많고, 영국은 공립학교의 85% 정도가 국가교육과정평가(NCA)를 실시하고 있으며 인구수가 한국의 10분의 1(500만 명)밖에 안 되는 핀란드의 경우를 우리나라에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교총은 과다 경쟁을 유발하는 등 현장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시·도교육청평가와 학교평가의 지표 개선 등을 포함한 학업성취도평가 개선안을 18일 발표한 데 이어 TF 회의, 현장의견 수렴 등을 통해 학업성취도평가를 비롯한 각종 평가의 근본 목적, 평가방법 및 결과 활용 등의 대안을 마련, 7월초 교과부에 건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