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익조(比翼鳥)는 암수의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의 새입니다.
옛 중국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시 ‘장한가(長恨歌)’에 등장한 이후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 같습니다.
당나라 현종과 전설적인 미인 양귀비와의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7월 7석 장생전에서
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한 우리의 약속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
높은 하늘 넓은 땅 다할 때가 있더라도
이 한은 끝없이 계속되리
이 시에 등장하는 비익조와 연리목(連理枝)은 모두 일찍이 불교의 가르침 속에 나온다고 합니다.
독특한 두 생명 간의 결합인 만큼 다른 문명 간의 결합, 이웃 간의 사랑, 다른 가치 체계의 화합 등을 비유하며, 무엇보다도 한 사람 속에 들어있는 마음이라 할지라도 두 마음의 화합이 중요함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지요.
비익조는 한 몸으로 살아가지만 머리는 둘입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으므로 각각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거나 다른 음식을 먹고 싶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둘은 의견을 모아 한 곳으로 날아가고 같은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만약 두 머리가 의견이 틀어져서 각각 다른 곳으로 날아가려 한다거나 다른 음식을 먹으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몸은 찢어지고 마침내는 생명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비익조는 온전히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돼야 합니다.
연리목(連理木)은 다른 뿌리에서 자라난 두 나무가 서로 부대끼다가 마침내 합쳐져서 한 그루의 아름드리로 자라난 나무를 말합니다. 두 나무가 서로 부대끼다가 합쳐지려면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
바람은 멈추지 않을 텐데 부대끼게 되면 껍질이 벗겨질 테니 얼마나 큰 아픔이 따르겠습니까? 그러나 끝내 참고 이겨내 마침내 서로 수액(樹液)을 나누어 먹는 한 그루의 아름드리를 이루고야 맙니다.
더구나 연리목은 서로 수액을 나누면서도 원래 노란나무는 노란 꽃을, 하얀나무는 하얀 꽃을 피웁니다. 바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인간 존엄성을 각각 유지하면서 함께 아름답게 살아갑니다.
그리하여 비익연리의 인연이라고 하면 바로 부부의 인연을 가리키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비익조와 연리목은 바로 우리들의 운명입니다.
우리는 늘 누군가를 갈구합니다. 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그 누구를 계속 찾게 됩니다. 그 누구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현재 나에게 부족한 지식이나 명예, 의리와 용기 등이 될 수도 있겠지요.
자, 여러분은 나의 반쪽을 그 무엇으로 채우고 싶습니까? 아니 그 누구를 구하기 전에 내가 먼저 어떠한 반쪽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