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7 (화)

  • 맑음동두천 -7.2℃
  • 맑음강릉 -1.7℃
  • 맑음서울 -3.6℃
  • 맑음대전 -2.5℃
  • 맑음대구 -0.9℃
  • 맑음울산 -0.3℃
  • 광주 -0.5℃
  • 맑음부산 0.4℃
  • 구름많음고창 -1.1℃
  • 제주 5.4℃
  • 맑음강화 -3.7℃
  • 맑음보은 -3.1℃
  • 맑음금산 -2.6℃
  • 흐림강진군 0.4℃
  • 맑음경주시 -0.8℃
  • 구름많음거제 1.2℃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교양

내게 거짓말을 해봐!

텔링라이즈
폴 에크만/ 한국경제신문사

WHY?  민주통합당 이종걸 최고위원의 트위터 막말이 정계를 흔들고 있다. 정치인들이 당장 위기를 모면하기위해 너무나 뻔한 거짓말을 일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만은 이번에도 그는 ‘그녀는’의 오타였다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거짓말로 더 큰 빈축을 샀다. 거짓을 위해 또 다른 거짓을 일삼는 정치인이라 불리는 그들은 ‘비밀은 온몸에서 새어나간다’는 진리를 모르는 모양이다. 원래 뻔뻔함이 무기인 사람들이지만 말이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온몸으로 새는’ 거짓말과는 정반대(?)이지만 정치인의 거짓말을 잘 표현한 인터넷 유머 한 토막. “정치인은 시도 때도 없이 거짓말을 한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이 거짓말을 하는 게 언제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몸짓 언어를 알아야 한다. 정치인은 코를 만지고 있을 때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치인은 귀를 잡아당기고 있을 때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치인은 가슴팍 뼈를 긁적거리고 있을 때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치인은 입이 움지럭거리기 시작할 때, 그때만 거짓말을 한다.”





“할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한다면, 내용을 완전하게 꾸미고 기억하는데 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 차분함을 유지하는 정신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차라리 솔직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쪽이 이득은 적을지 몰라도 마음은 편하지 않을까.”

저 사람이 지금 거짓말을 말하는 것일까, 진실을 말하는 것일까?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범행을 부인할 때에는 자율신경계의 변화를 이용하는 거짓말 탐지기를 쓰지만 아주 믿을만하지는 못하다. 반대로 내 쪽에서 난감한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거짓말을 해야만 할 때도 있다.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하면 들키지 않고 거짓말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방향이 어느 쪽이건 오랫동안 거짓말은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인식되며 윤리의 관점에서만 다뤄졌다. 그런데 심리학자 폴 에크먼은 특이하게 거짓말을 인간 심리를 이해하는 하나의 주요한 소재로 삼아 오랫동안 파고들어 대가가 된 사람이다. 그는 거짓말을 통해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식적으로 숨기려고 하지만, 몸과 표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은 거짓을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나온 ‘텔링 라이즈’는 사실 1985년 초판 이래 여러 번 개정판을 내면서 내용이 더욱 풍부해졌다. 이번에 발간된 책은 2009년 개정판이다.

그는 거짓말이란 ‘상대방이 자신을 속여도 된다고 동의하지 않았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 역시 거짓말을 하겠다는 의도를 사전에 알리지 않았을 때’ 성립한다고 정의한다. 그리고 거짓말은 사실의 일부를 말하지 않는 ‘은폐’와 거짓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꾸미는 ‘왜곡’으로 나누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의사가 환자의 불치병을 알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은폐는 거짓이 아니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이것도 ‘상대방을 속여도 된다’고 하지 않았고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기에 거짓말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사람의 몸짓과 목소리의 톤과 호흡, 그리고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에 대해 연구를 했다. 얼굴에는 43개의 근육이 있고, 1만 가지 다른 조합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1초 이내의 짧은 시간동안 미세하게 나타나는 얼굴의 표정변화를 읽을 수 있고 이를 부호화해서 정리를 한 ‘얼굴 움직임 부호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미세표정훈련기구(METT)를 이용해 훈련을 충분히 하면 충분히 거짓말을 하는 것을 잡아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훈련은 느린 화면을 보면서 분노와 혐오, 두려움과 놀라움, 두려움과 슬픔과 같은 흔히 혼동되는 감정을 비교하면서 차이점을 인식하는 것을 가르친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보이는 감정표현을 맞추는 미세표정인식법도 훈련하는데, 한 시간 안에 대부분 40%정도의 정확성을 보이는데, 어떤 사람은 80%까지도 정확하게 맞춘다고 한다. 그는 표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믿기에 이 훈련을 통해 미소에 속지 않고, 몸짓에 드러나는 단서와 동공이 커지는 것이나, 근육의 미세한 긴장과 같은 자율신경계의 단서를 통해 거짓과 진실을 말하는 것 사이를 감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연구결과는 미국 TV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Lie to me)'에는 괴팍한 성격으로 십대 딸을 키우면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연구소를 운영하는 라이트만 박사가 나온다. 드라마에서는 표정과 몸짓만으로 거짓말을 귀신같이 잡아내 범인을 찾아낸다. 드라마의 실제 모델인 폴 에크먼도 미국 FBI, CIA의 자문을 하고 있다고 한다. 책으로 활자화된 것보다 드라마로 구성된 내용을 본 것이 개인적으로는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기회가 되면 한 번 보시기 바란다.

이 책에서는 평소 궁금했던 거짓말 탐지기의 원리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지만, 닉슨과 워터게이트 사건, 지미 카터의 정당화된 거짓말, 챌린저호 폭발사건이후 각 관계자들의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지 못한 채 거짓말을 하는’ 자기기만적 거짓말을 했던 과정과 같이 역사적으로 거짓말로 유명한 사건들을 주제별로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는 등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 한 권 읽는다고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이 되거나, 상대의 거짓을 잘 잡아내는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는 세심하게 정확하게 관찰하고 듣는 법을 훈련하면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할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한다면 내용을 완전하게 꾸미고 기억하는데 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우연히 벌어질 상황에도 당황해하지 않고 설득력 있는 답을 말하고 차분함을 유지하는 정신능력을 갖고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또 남들이 내가 거짓말을 하는지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운 좋은 상황을 제외하고는 실수 없이 거짓말을 성공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그만큼 우리는 거짓말을 무심코 많이 하지만, 잘 하기란 진짜 어렵다. 그러니, 차라리 솔직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쪽이 이득은 적을지 몰라도 마음은 편하지 않을까.
배너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