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으로 자살한 학생에 대해 학교법인과 교사 등에도 배상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과 관련 일선 교육계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
대구지법 제11민사부(권순탁 부장판사)는 16일, 지난해 12월 동급생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D중 2학년 A(당시 14세)군의 부모가 학교법인과 가해학생 부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학교법인과 중학교 교장, 담임교사, 가해학생 부모는 원고에게 1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군이 다니는 학교 교장과 담임교사는 친권자 등 법정감독의무자를 대신해 가해학생들을 감독할 의무가 있다”며 “그 의무위반으로 A군이 사망한 만큼 배상 책임이 있고, 교장과 담임의 사용자인 학교법인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하지만 “A군의 사망은 결국 자신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인 점 등 사건 변론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교법인과 교장, 담임, 가해자 부모 등 책임을 4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법원 판결이 알려진 직후 한국교총에는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선생하란 말인가”, “학생인권조례니 뭐니 해서 교원들의 손발을 묶어놓고 이제는 배상책임까지 지우는 것이냐. 교총에서 적극 나서달라”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교총은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대책을 숙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제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지만 법원의 판결은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데 입장을 같이했다.
또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일선에서는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선생님들이 앞장서자는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가 자칫 자괴감과 무력감으로 이어져 선생님들의 발목을 잡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라며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
교총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교실붕괴, 교권추락으로 학생지도가 나날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판결로 학교는 사법적 책임이라는 부담이 더해져 학생 생활지도 위축과 사기저하라는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정부에 대책마련도 주문했다. 교총은 “교과부와 행정당국은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직무수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결과만 놓고 학교와 교사에 책임을 지우는 상황이 지속되면 학교는 더할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