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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⑩ 배움은 끌림이자 떨림이다

끌림은 알고 싶거나 도달하고 싶은 진리의 목적지로 향하는 기약 없는 긴장감이고 떨림은 끌림의 끝자락에 숨어 있는 전율이다. 학습은 언제 올지 모르는 떨림을 맛보기 위해 기약 없이 미지의 세계로 끌려가는 끌림의 과정이다.

배움은 알고 싶어 하는 뭔가에 끌려가서 마침내 그것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자석의 N극은 S극을 끌어당기고 S극은 N극을 끌어당긴다. N극은 Nothing을 의미하고, S극은 Something을 의미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은 뭔가(Something)를 끌어당기지만 사실은 뭔가(Something)에 끌리는 것이다. 배움은 본래 아무것도 아닌 상태(Nothing)로 시작해 뭔가(Something)를 끌어당기는 과정에서 나날이 새로워지는 자기 변신의 과정이다.

배움은 또 전혀 다른 N극과 S극처럼 이질적인 정보와 정보, 아무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대상과 사물 간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관계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방향을 찾기 전에 양극은 서로를 멀리서 끌어당기다 마침내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안는 상봉(相逢)한다. 이렇게 아무 관계없는N(Nothing)극이 S(Something)극을 끌어당겨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끌어당기는 힘은 상대 입장에서는 끌림으로 작용한다. 비슷한 관심과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나와 전혀 다른 관심과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야 배움의 불꽃이 튀긴다. 사람은 낯선 곳과 낯선 것에 호기심을 갖는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끌림이 결국 나를 끌어당긴다.

그러나 학습은 알고 싶은 호기심에서 출발하지만 강력한 끌림으로 바뀌지 않는 호기심은 금방 식상해진다. 분명한 이유를 모르지만 뭔가에 강하게 끌리는 것은 내 안의 잠자고 있는 욕망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끌림은 나를 유혹하는 것에 대한 끌림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끌려가는 것이다.

배움은 이렇듯 미지의 세계로 나를 인도하는 보이지 않는 강한 힘에 의해 끌려가는 과정이다. 끌려가지만 행복한 순간의 연속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과 초조함보다 심장이 뛰는 즐거운 긴장감이 고조돼가는 과정이 배움의 여정이다.

배움의 과정에 한 번 빠지면 마력이 작용해서 쉽게 끌리기 이전의 상태로 복귀할 수 없다. 배움의 과정에 몰입된 사람은 다른 것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로지 끌리는 힘에 의해 자신의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간다.

끌림은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강력한 떨림을 가져온다. 이때는 기뻐 날뛰기도 하지만 대부분 빈방을 혼자 왔다 갔다 하면서 참을 수 없는 무언의 탄성을 내뱉는다. 이 떨림은 뭔가를 발견했을 때 잠시 찾아오는 희열이며, 모르던 바를 깨달았을 때 온몸을 휩쓸고 가는 폭풍우다.

끌림은 길지만 떨림은 짧다. 끌림은 오랜 기다림 속에서 마법의 인력(引力)을 감추고 있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는 떨림의 순간을 맞이한다. 끌림은 알고 싶거나 도달하고 싶은 진리의 목적지로 향하는 기약 없는 긴장감이고 떨림은 끌림의 끝자락에 숨어 있는 전율이다. 학습은 언제 올지 모르는 떨림을 맛보기 위해 기약 없이 미지의 세계로 끌려가는 끌림의 과정이다.

끌리지 않는 것에 끌려가면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 끌려야 지금 여기서 낯선 곳으로 떠날 수 있다. 학습을 원한다면 지금 여기의 삶에 안주하지 말고 끌림의 힘으로 지금 여기를 떠나야 된다. 지금 여기, 그리고 지금의 나로부터 벗어나 다른 곳으로 떠나야 이제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색다른 마주침을 경험할 수 있으며, 그런 마주침이 이전의 나와 전혀 다른 나로 변신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지금 여기를 떠나는 여행을 감행해야 한다. 여행은 굴러가는 드럼통과 같은 일상과 타성에서 빠져나와 다른 세계를 보는일이다. 다른 세계와의 접촉이 주는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은 내가 지금 발을 딛고 서 있는 일상을 다르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시선과 시각의 다름이 시야의 다름을 가져오며 시야의 다름은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 여기에 안주하면 안락사할 수 있다. 끊임없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행하는 여정에서 만나는 사물과 사람,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과의 낯선 조우(遭遇)에서 얻는 깨달음이야말로 가장 값진 체험적 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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