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첫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표준수업시수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개정에 착수한다고 밝힌 4월 현재 구체적인 연구가 나오지도 않았고 방향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현장의 의견도 따라 팽팽하게 갈라져 도입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험준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재철 여주중 교사는 “영어교사 1명이 진로상담교사로 전환하면서 교사 1명을 더 받을 여건이 안 돼 수업을 26시간 하는 경우도 있다”며 “학교, 교과에 따른 교원수급 상황이 천차만별인 중등에서는 기준을 잡는 게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역에 따른 차이도 크다. 중학교의 경우 2011년도 교육통계를 기준으로 중소도시는 평균 20.6시간의 수업을 하지만, 도서벽지 평균은 14.8시간이다. 물론 농어촌 소규모 학교는 수업이 적은 대신 행정업무와 각종 국가시책 사업을 소수의 교사가 모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건이 너무 달라 국가 표준을 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는 교원 수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계속하고, 시·도에서 여건에 맞게 수업시수를 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표준수업시수로 인해 순회교사나 상치교사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 교사는 “지금도 수업시수가 적은 교사의 경우 창의적체험활동이나 스포츠클럽 등을 맡기는 경우가 흔하다”면서 “교육청 소속 순회교사를 교원들이 꺼리고 상치교사가 생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표준’과 ‘적정’이라는 용어 논란도 있다. 상한선을 초과할 경우의 보상체계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적정’수업시수를 적절하다고 말하지만, ‘표준’을 주장하는 쪽도 하한선에 대한 패널티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보상의 경우 외국 사례를 들어 수당 지급이 가장 일반적으로 논의되지만,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용웅 인천 관교중 교사는 “수당으로 지급할 경우 예산 마련이 당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가장 마지막에 고려해야 할 대책”이라고 말했다.
표준수업시수제로 인한 교원증원 예측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원 증원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면 수업시수가 늘어나는 등 부수적인 문제점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학현 용인 마성초 교사는 “기준을 초등 20시간으로 봐도 대부분의 학교는 시수를 넘길 것”이라며 “천문학적 예산 투입이 필요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초등시범운영을 통해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OECD 평균보다 수업시수가 많고, 중등에 비해 시수 편차가 적어 보상체제 등을 적용하기 에 용이하다는 것이다.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논의는 1990년대 후반부터 몇 차례 진행되다 각기 다른 상황을 어떻게 반영할지 합의가 되지 않고 보상을 위한 예산 마련 등의 어려움 앞에서 무산된 바 있다.
김무성 교총 대변인은 “표준수업시수든 적정수업시수든 학교급, 교과·비교과, 담임 여부, 학교규모 등에 따라 의견과 시각이 다양한 만큼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정할 수 없다”며 “추진하다 무산된 경험을 거울삼아 공청회 등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정책 방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