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가 낮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진보교육감과 일부 국회의원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하거나 “표본조사로 결과가 왜곡됐다”며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줄었다”고 주장한다.
지난 3월 27일에도 경기도교육청이 지정 2년 이상의 혁신학교 중 초등학교 22개교와 중학교 14개교의 기초미달 학생 비율이 전체 경기도 평균보다 줄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전교조도 회보인 교육희망을 통해 “14개 중학교의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2.7% 감소해 경기도 전체 기초학력 미달 감소비율인 2.3% 보다 크게 줄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 학교의 ‘학교향상도’는 경기도 전체 평균보다 높지 못했다. 이들 중 ‘학교향상도’ 산출 대상인 중학교 14개교를 모두 살펴본 결과 9개교는 향상도가 경기도 평균을 밑돌았으며, 7개교는 전 과목의 학력향상도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전교조가 교육희망을 통해 기초학력 미달이 감소하는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고 주장한 고교의 경우를 살펴보면 더 심각하다. 평가 당시 혁신학교 지정 2년이 넘은 고교 중 ‘대안교육 특성화’ 학교라는 이유로 학업성취도 결과를 공시하지 않은 이우고를 제외한 모든 고교의 학력향상도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표본조사를 논할 여지조차 없다. 지난해 발표된 교과별 학교향상도 100대 고교, 우수중학교 50개교 중 혁신학교는 단 한 곳도 없다.
이런 차이가 왜 발생하는 것일까. ‘기초학력 미달 감소’가 주는 인상과 실제 의미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감소했다고 하면 기초학력 미달이었던 학생들의 성취도가 향상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다른 해에 전혀 다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 결과 해당 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감소한 것일 뿐이다. 학교의 교육효과가 아닌 입학생 구성의 변화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결과다.
‘기초학력 미달 감소’라는 기준이 가진 한계 때문에 학교 효과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2011년부터 도입된 것이 ‘학교향상도’다. 학교향상도는 해당 학생의 중3 성취도 점수를 고려해 기대되는 성취도와 실제로 얻은 성취도 점수의 차이를 산출한 지표다. 학교향상도가 있다면 학생들의 성취도가 중3 때에 비해 향상됐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실상과 다른 것은 ‘기초학력 미달’만이 아니다. 경기도교육청이 ‘기적’이라고 내세우는 경기 H고 신화도 마찬가지다. 경기도교육청은 “한때 비평준화지역에서 기피학교였던 경기 H고가 혁신학교 지정 후 졸업생 125명 중 116명이 대학에 진학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마치 혁신학교 지정이후 대학진학률이 좋아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실상은 H고의 대학진학률이 혁신학교 지정 후 향상된 것이 아니다. H고는 신설학교로 개교와 동시에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대학진학률 역시 첫 졸업생이라 비교대상이 없다. 고교교육력제고 시범학교로 지정되기도 한 H고의 학교향상도는 혁신학교 지정 2년이 넘은 중·고교를 통틀어 전 과목 모두 최하위다.
혁신학교에 가면 ‘공부는 뒷전’이라는 우려가 단순한 흠집 내기가 아닌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기적’으로 포장된 혁신학교의 민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