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평가원이 제안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방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획일·점수교육을 부채질하고 성취도가 낮게 나온 학교와 교원에 대한 부당한 책무성 압박이 예상되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교육의 질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불가피하고 예상되는 부작용은 운영과정에서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외국의 사례와 국내 법제를 살펴본다.
◇외국의 사례=이번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체제안'을 발표한 김명숙 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국가(연방정부) 수준에서는 표집형(일부 표집학생 대상)의 학업성취도 평가인 NAEP(National Assesment of Educational Assesment)를 시행하고 일부 주에서는 전집형(전체학생 대상)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한다. 호주에서는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파악하는 전집형의 학업성취도 평가와 함께 교육체제 및 교육과정의 질 관리에 역점을 두는 표집형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병행한다.
중앙대 허형 교수는 "미국에서도 국가수준의 교육성취도 평가가 초기에는 주정부, 각 교육구청, 학교 수준의 비교가 불가능했으나 1980년대부터 각 주별 평가가 실시되면서 각 주는 이 결과를 학생, 학교수준, 교육구청 수준으로 보고하고 적극 활용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는 이 연구의 초기 우려와는 달리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교육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예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허 교수는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OECD 회원국 간의 교육성취도 비교 연구, 미국의 교육성취도(NAEP) 연구, 수학·과학의 국제 성취도 비교연구(TIMS), 국제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등간의 비교연구를 통해 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과정평가원 이명희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주 교육법령에서 `평가와 관련한 종합적 정보를 학생, 학부모 또는 보호자, 교사, 학교, 학교구에 즉시 제공해 그 정보가 학생들의 학력 향상과 교육 프로그램의 개선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같은 법령에서 `성취도 평가란 코아 커리큘럼 영역에서 학생들이 성취한 수행의 수준을 측정하는 표준화된 평가'라고 성취도 평가의 개념을 정의하고 `코아 커리큘럼 영역이란 읽기, 쓰기, 수학, 역사·사회과학, 과학의 영역을 의미한다'며 검사해야 할 교과목까지 법률로 규정할 정도라는 것.
영국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성취도 평가의 척도가 될 수 있는 달성목표를 개발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평가를 시행하기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국내 법제 개선 방향=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우리나라에서도 1952년부터 시행돼 오고 있다. 그러나 그간의 사정을 보면 시행 담당 기관이 바뀌기도 하고 때로는 중단되기도 했으며 시행하는 대상학년과 과목이 변경되기도 했다. 그 결과 `성취도 평가'는 방황을 거듭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성취도 평가가 장관 등 정책 결정권자의 결심에 따라 쉽게 바뀔 수 있는 체제하에서 시행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행 초·중등 교육법 제9조 제1항은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라고 해 경우에 따라서는 실시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또한 결과 보고에 대한 규정이 없다. 즉 평가를 실시해도 그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묻어둘 수 있게 돼 있다는 것. 때문에 평가원 측은 초·중등 교육법 제9조를 개정해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를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평가 결과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국회에 보고하고 학교 교육의 질향상을 위한 구체적 대책을 강구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학생, 학부모, 학교 및 지역사회에 제공할 것을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을 현행 1% 수준에서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시에 확대하고 그 결과를 전면 공개할 때 예상되는 부작용들을 충분히 고려해 우리 실정에 맞는 시행 주기와 범위,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