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의 전문성 신장이란 취지로 2010년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된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실시됐다.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기존의 근무성적평정과는 달리 동료교원의 상호평가,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에 의한 평가결과를 활용하여 수업 및 학생지도, 그리고 학교경영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평가기제이다.
퇴색된 전문성 신장 목표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전면 시행이후 교육부는 교원능력개발평가에 대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학교현장의 반응은 다르다. 일부에서는 교사간의 갈등과 교육의 획일화를 초래하고, 평가결과가 좋지 않은 교사를 퇴출시키려는 일종의 음모라며 반발하기도 한다. 또 학생․학부모의 평가 신뢰성‧객관성․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문제로 지적하며 교원단체의 개선 요구도 거세다. 평가가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이해관계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교원능력개발평가에 있어서 객관성·타당성이 매우 중요하며 평가결과의 신뢰성이 확보될 때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지금부터 교원능력개발평가에 대한 본질적 고민꺼리 몇 가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 우리나라 학교가 처한 상황적 맥락 속에서 교원능력개발평가가 과연 ‘우수 교사’의 선발 기제로 적합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수 교사’는 학교 조직과 학생·학부모가 보는 입장 간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생활지도 담당교사들은 엄격한 훈육에 따라 학생은 감정적 평가로 낮은 점수를 부여하는 반면, 학교 내에서는 소신있는 지도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둘째,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 대한 신뢰도 문제이다. 교사의 수업활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학부모로써는 학부모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평가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더구나 지역과 학교 선호도에 따라 학부모의 기대와 만족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일부는 자녀의 학교적응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않고 그 책임을 교원과 학교에 전가하는 경향도 있다.
셋째, 동료교원 평가는 교사의 전문성·동질성·근접성을 고려하여 학교급별 특성과 학교의 실정에 맞게 평가 참여자를 구성하지만 동료교원간의 인간관계 및 업무중심의 온정주의 평가를 극복하지 못하면 자칫 학생·학부모평가의 보완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평가자와 피평가자 스스로 무엇을 평가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직접적 평가요소에 평가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넷째, 교원능력개발평가 결과에 따라 교원능력향상 연수 대상자가 선정되고 있는 점이다.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절대평가라 하지만 연수대상자는 교원능력개발평가의 계량화된 선발 기준으로 결정됨으로 전문성을 촉진하는 기제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앞서 지적했듯이 교원들은 평가결과의 신뢰도에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는 상황에서 평가결과의 활용은 교원능력개발평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끝으로, 평가의 객관성 확보의 문제이다. 평가결과는 평가자가 피평가자에 대한 가치있는 정보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학생·학부모는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전면 실시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인 평가영역이나 방법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교육행정기관에서는 교원능력개발평가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피평가자에 정보 제공 개선방안을 담보하지 않는다면 학생·학부모 평가의 문제는 계속 지적될 수밖에 없다.
성과 홍보보다 현장개선 먼저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취지나 목적은 필요하다. 하지만 교원능력개발평가가 객관성, 타당성, 신뢰성을 갖추어야 평가다운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교원능력개발평가의 목적이 교원의 전문성 신장에 있고 이를 통해 교실수업의 개선을 바란다면 수업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교사뿐만 아니라, 교육 관련자 모두의 책무성을 동시에 논의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교원능력개발평가에 따른 가시적인 성과에 치중하기 보다는 학교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교원능력개발평가의 목적인 수업과 학생 지도를 잘하는 교원이 우대받는 진정한 교직 풍토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